[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9회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수도권에 출마할 국민의힘 유력 후보들이 각기 다른 리스크에 직면했습니다. 사상 첫 5선 도전에 나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 지도부와 정면충돌하며 '정당 리스크'를, 3선에 도전하는 유정복 인천시장은 '선거법 리스크'를, 경기도지사 유력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가족(딸 유담씨)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2026 서울 사회복지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의 뺄셈 정치'에 갇힌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은 4선 현직 프리미엄과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야권 내 서울시장 후보군 중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지난 28일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김건희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은 오 시장에게 법리적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현재 오 시장은 명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그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하도록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씨 재판에서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됨에 따라, 같은 취지로 다투고 있는 오 시장의 사법리스크 역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이 그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0~30%대 박스권에 갇혀 있고, 특히 중도층에서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계엄과 절연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윤석열씨와 절연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고, 중도층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이에 지난 1월1일 오 시장은 "잘못된 과거와 단호히 단절을 선언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같은 날 신년인사회에서는 장 대표의 면전에서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직격했습니다. 그러나 장 대표는 극우 세력에 기대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두고 갈등은 정점에 달했습니다. 15일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제명은 곧 공멸"이라며 "뺄셈의 정치는 패배하는 길"이라고 경고했고, 28일에도 "통합의 길을 찾는 큰 정치를 보여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장 대표는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제명을 확정했습니다. 제명 확정 직후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장동혁 대표는 즉각 물러나야 합니다.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국민들의 마지막 바람마저 짓밟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은 오래 서울시를 이끌며 나름 성과도 내고 평가도 좋다"면서도 "당이 지닌 리스크 때문에 손해보는게 많다. 오 시장으로선 차라리 당이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길 바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10월27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9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정복,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결과 '변수'
유정복 인천시장의 리스크는 '공직선거법'입니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11월28일 유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시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 기간 인천시 공무원 6명을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성 게시물 116건을 올리고, 경선 참여를 독려하는 음성메시지 180만건을 발송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지난 22일 인천지법에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습니다. 공직선거법상 1심 선고는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나와야 합니다. 규정대로라면 1심 선고는 지방선거를 불과 닷새 앞둔 5월28일 전후에 나올 걸로 보입니다.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자칫 금고형 이상이 선고된다면, 국민의힘 당규상 공천 자체가 배제될 수 있습니다. 경선을 통과해 후보로 확정된 뒤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본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게 뻔합니다. 재판이 장기화 돼 선고가 선거 이후로 넘어가도 '재판 중인 후보'라는 꼬리표는 선거운동 내내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율도 걸림돌입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해 12월 20~21일 인천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유력한 후보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52.1%로 유 시장(36.8%)을 앞섰습니다. 두 사람 간 격차는 오차범위(±3.1%포인트) 밖입니다. 재판 결과가 어떤 시점에 나오든, 유 시장에겐 넘어야 할 산입니다.(해당 조사는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 여심위 홈페이지 참조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유 시장 외에 뚜렷한 후보가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입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들 모두 출마에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유 시장이 쓰러지면 우리 모두 죽는다"는 말이 나온 배경입니다.
지난 20일 유승민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승민, 딸 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전 의원은 현재 야권 경기도지사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경기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월3~4일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적합도에서 유 전 의원은 27.1%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김은혜 의원(14.7%), 안철수 의원(13.8%), 한동훈 전 대표(12.4%)를 두 배 가까이 앞서는 수치입니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 여심위 홈페이지 참조하면 됩니다.)
그러나 리스크는 '딸'입니다. 딸 유담씨(31)가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의혹은 유담씨가 논문의 질적 심사에서 하위권 점수를 받았지만, 학력·경력·논문 양적 심사에서 만점을 받아 1차 심사 전체 2위로 최종 합격했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인천대 무역학부는 유담씨가 지원하기 전 4차례나 채용이 무산됐다가 유담씨 지원 때 비로소 합격자가 나왔고, 채용 관련 서류는 모두 소멸된 상태입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변수는 커지고 있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들의 공세 빌미가 될 수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공천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본선에서는 상대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 전 의원 측은 "정치 공세"라는 입장이지만,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선거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