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첫 의혹 제기 후 6년만입니다. 법원은 김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했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시세조종에서 역할을 수행했다는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특검의 미흡한 수사와 봐주기 탓에 김씨는 또 법망을 피해서 갔다는 비판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월28일 오후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씨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전날인 28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에게 '블록딜 수수료' 약 4200만원가량을 지급한 점 등을 근거로, 김씨는 주가조작의 내부 공모자가 아닌 '외부 거래 상대방'으로 규정했습니다. 주가조작의 실체는 인정되지만, 김씨를 범행을 공모한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공동정범 성립을 위해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 모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순차적·암묵적' 의사 결합만으로도 공모 관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전체 범행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범행을 이용해 본질적인 기여를 했다면 공동정범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주가조작에서 자금 공급(쩐주)은 필수적 요소이고, 쩐주 역할은 주가 조작에서 핵심 역할(본질적 기여)을 수행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판례에 따르면 범행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1심 판단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 건 이런 배경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수사팀에 참여했던 김태훈 대전고검장이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로도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법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대목입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종합하면, 김 씨는 자신의 자금이 주가조작에 쓰인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채 8억1000만원의 수익을 챙긴 셈이 됩니다.
'황제조사' '수사 불응'...6년 간 수사 진행 상황
과거 '검언유착' 사건 수사 기록에는 검찰이 채널A 백모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포렌식한 결과가 수사보고서로 정리돼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백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복원된 카카오톡 대화가 포함됐습니다.
2020년 2월17일 오전 8시 뉴스타파가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보도를 하자,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전 국민의힘 대표)는 "ㅎㅎㅎ공작치곤 수준이"라고 채널A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 내용은 채널A 기자들의 단체 톡방에도 올라왔는데, 당시 채널A 법조팀장은 "한동훈 아저씨 정말 오른팔답네 ㅎㅎ"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상황상 윤석열씨의 오른팔이라는 말로 풀이됩니다. 당시 검찰 수뇌부가 초기부터 이 의혹을 '정치적 공작'으로 규정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김건희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녹음파일이 공개됐고, 김건희씨와 최은순씨가 직접 통정매매를 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들도 드러났습니다.
김건희씨는 '통정매매'와 관련해서는 2021년 1차 서면조사 때는 전화로 직접 주문했다고 했다가, 검찰이 전화가 아닌 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한 것을 확인하자 "기억에 착오가 있었다. 상대방이 어머니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은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수사를 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지연된 수사는 2021년 3월 윤석열씨가 총장에서 물러나고, 그해 6월 본격적으로 진행 됐습니다. 현재 드러난 대부분의 증거들은 대부분 윤석열씨가 퇴임하고 대선 기간이 다가오기 전인 2021년 6월부터 그해 말까지 수집된 겁니다.
여러 정황들과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수집됐기 때문에 김건희씨 소환은 불가피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3월9일 열렸던 대선을 앞두고 김건희씨는 대선을 이후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수사팀은 체포영장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김건희씨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검찰이 김건희씨를 대면해 조사를 한 것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해 7월20일입니다. 김건희씨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12시간 비공개 조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사팀은 휴대전화도 제출한 채 조사를 해 '황제조사' 논란이 일었고,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아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김건희씨 수사는 지난해 7월2일 김건희 특검이 출범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김건희씨는 특검 출범 한달 만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 수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대통령의 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등 6년간 수사를 받아온 김건희씨에 대해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실체'는 인정하면서도, 김건희씨를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질 전망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