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김건희씨가 28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같은 혐의를 받는 오 시장도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재판부는 명씨에 대해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라면서 명씨 진실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오 시장도 그간 자신이 명씨와 연루됐다는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면서 명씨를 '범죄·사기집단'이라고 비판, 그의 진술 증거능력을 문제 삼아 왔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8일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씨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특검은 김건희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대가로 명씨에게 무상 여론조사 58회를 받았고, 2억70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며 재판에 넘겼습니다.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형태로 정치자금을 받아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명씨가 윤석열·김건희씨 부부에게 제공한 여론조사 대다수는 명씨가 실소유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 차원에서 실시됐고, 명씨가 윤씨 부부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여론조사를 배포했으며, 명씨가 두 사람으로부터 별도의 지시를 받고 여론조사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판부가 명씨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명태균은 '빵선 국회의원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고, 빵선 대통령 윤석열도 당선시켰으며, 10년 백수인 오세훈도 서울시장 만들었다', '오세훈, 이준석을 하나하나 가르쳐 가면서 만들었다'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였다"며 "'공천은 피고인의 선물(여론조사 비용 대신에 받은 것)'이라는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번 1심 판결은 오 시장에게 유리한 법리적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명씨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은 현재 명태균에게 부탁해 총 13차례 여론조사를 받고,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 시장과 명씨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립니다. 우선 명씨는 오 시장이 먼저 자신을 찾아와 유리한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동안 오 시장을 7차례 만났다고 주장합니다.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은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자 김한정씨가 대납했다는 겁니다. 명씨는 지난해 3월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도 "오 시장이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전화가 와 '선거법 때문에 여론조사 비용을 직접 못 줘 김씨에게 2000만원을 빌리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오 시장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맡긴 적도 없고,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을 돕겠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를 자처하는 명씨에게 강 전 부시장이 시험용 여론조사를 시켜봤지만,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관계를 끊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오 시장은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반복적으로 명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그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오 시장은 2024년 12월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선 명태균씨와 강혜경씨, 김영선 전 의원 등을 "범죄·사기집단"으로 규정하며, 사기죄·업무방해죄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명태균과 강혜경은 여론조사를 조작했고, (오세훈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등 조작 사실을 알지 못한 인물을 속여 금전을 받아냈다"며 "이는 상대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한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고소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국감에서도 오 시장은 채현일 민주당 의원이 "명씨가 '오 시장이 살려달라고 울면서 전화했다'고 하고, '당선되면 서울 아파트 한채 사주고 싶다'고 했다는데 모두 거짓말이냐"고 질문하자 "상식적으로 한번 판단해 보라"고 답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0일 김건희특검이 자신을 기소한 직후에도 입장문을 통해 "(특검의 기소 이유는) 오로지 사기범죄자 명태균의 거짓말뿐, 증거도 실체도 없어 공소유지가 힘든 사건에 대해 (특검이)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기소 이유를 조각조각 꿰어 맞췄다"고 주장했습니다. 오 시장은 "1년 2개월 수사하고 제 휴대전화 8대를 포렌식 했지만 직접 증거는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관건은 특검이 명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명씨는 지난 11월 오 시장과의 대질신문을 마치고 나와 "오 시장은 (여론조사비 대납과 관련한) 증거자료가 나오면 말을 안 한다"며 "특검도 지금까지 많이 수사해서 정확한 정황 증거들을 다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법원의 판단은 오 시장이 강 부시장에 여론조사 관련 지시를 내렸는지, 사업가 김한정에 여론조사비 대납을 요구했는지 등에 관해 특검이 어떤 물증을 확보했는지, 사실을 규명하는지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맡긴 적도,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비용 지급을 요청한 적도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오 시장의 사건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수사기관이 제3의 통로로 여론조사비용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여론조사비 대납이 주장이 수용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