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신다인 기자] 통일교와 국민의힘 사이에 이른바 '정교유착이 있었다'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통일교로부터 금품이 오간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 실형을 선고받은 겁니다.
사진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 의원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습니다. 청탁금지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총 1년2개월에 처했습니다. 앞서 김건희특검은 결심공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징역 4년씩 구형한 바 있습니다.
법원, 윤영호 측 '위법수집증거' 주장 배척
재판부는 먼저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통일교 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특검이 확보한 증거물을 고려했을 때) 2022년 1월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식당에서 권 의원을 만나 1억원을 건넸다라는 윤 전 본부장 진술이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의 2022년 1월5일자 다이어리에 기재된 △'권성동 의원 점심(63빌딩 ○○○) ― 큰 거 1장 support'라는 메모 △당일 권 의원에게 보낸 '오늘 드린 것은 작지만 후보님을 위해 요긴하게 써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유죄의 근거로 판단했습니다.
또 윤 전 본부장의 아내이자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이었던 이모씨가 현금 1억원을 5000만원씩 나눠 상자 두 개에 포장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 역시 금품 전달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런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 윤 전 본부장 측의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의 범행과 양형 이유 대해 "통일교의 자금력을 앞세워 대통령의 최측근인 배우자 김건희와 국회의원 권성동에게 고액의 금품을 각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통일교의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며 "이는 금권의 영향력을 배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려는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의 입법 목적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을 단순한 전달책이 아닌 금품 로비의 주범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금품 전달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지시와 승인에 따른 것'이라는 윤 전 본부장 주장에 대해 "윤 전 본부장이 능동적으로 범행 전반을 장악했다"고 했습니다.
"권성동, 국회의원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권 의원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권 의원을 매개로 20대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씨에게 접근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해당 행위가 특검 수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권 의원 측이 주장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와 특검법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모두 기각한 겁니다.
재판부는 "헌법상 청렴의 의무가 규정된 유일한 국가기관이 국회의원"이라며 "이는 헌법제정권력인 국민이 누구보다도 국회의원에게 청렴성과 염결성을 요구하고 그에 걸맞은 처신을 기대하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했다. 이는 국민의 기대와 헌법상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금권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여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려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목적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권 의원에 대한 양형 이유로 "이 사건 금품 수수 이후 피고인은 윤영호를 윤석열과 면담시켜 주고, 직접 통일교의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등으로 실제로 윤영호의 부탁을 들어 통일교의 영향력 확대를 도와주었다"며 "나아가 윤영호에게 통일교 수뇌부의 해외 원정 도박과 관련한 수사정보를 알려주기까지 했다" 했습니다.
통일교 정교유착에 관한 핵심 인물들로 평가받는 권 의원과 윤 전 본부장이 모두 유죄가 선고됨에 따라 향후 한학자 총재 등 재판과 경찰 국가수사본부 통일교 특별수사전담팀 수사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현재 통일교의 최고지도자인 한학자 총재도 정교유착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그에 대한 1심 선고일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권 의원 측 변호인단은 1심 선고가 나온 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입장문을 통해선 "법리 측면이나 사실 판단도 모두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 법칙에 어긋난다"며 "변호인단은 즉시 항소해 항소심에서 이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