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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프라임]부동산 규제에 설 자리 잃은 공인중개사
입력 : 2025-12-23 오후 1:29:42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동네 골목에서 가장 먼저 변한 것은 집값이 아니라 풍경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불이 꺼졌고 상가에는 임대 문의 전화번호만 붙었다. 한때 부동산 중개업소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삶의 다음 장을 상의하던 공간이었다. 이사를 할지, 집을 늘릴지, 아이 방을 어떻게 할지, 거래는 숫자이지만 대화는 생활이었다. 요즘 그 대화가 사라졌다. 거래가 멈췄기 때문이다.
 
통계는 그 변화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국토교통부가 공표한 '2024년 말 기준 부동산서비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10만7000개로 1년 새 5.8% 줄었다. 종사자 수도 1만1053명 감소했다. 전국 부동산서비스산업 전체 사업체 수가 약 28만2000개로 전년 대비 0.2% 줄어드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공인중개업이 전체 부동산서비스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1%로 낮아졌다.
 
올해도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0만9979명으로, 2020년 8월 이후 약 5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1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국내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가 55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격증 보유자 5명 중 1명만이 실제로 사무소를 운영하는 셈이다.
 
신규 개업은 줄고 휴·폐업은 늘어나는 흐름도 고착화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폐업·휴업한 공인중개사가 신규 개업자보다 많은 상황은 2023년 2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는 지난 8월 583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600명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600명대 초반에 머무는 등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 열기도 식고 있다. 지난 10월 치러진 자격시험 원서 접수자는 14만8004명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2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한때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며 중장년층과 제2의 직업을 찾는 이들에게 주목받았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현장 체감 경기는 통계보다 더 냉혹하다.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협회비와 자격 유지비를 감당하는데 거래 한두 건으로 몇 달을 버틴다. 거래 절벽이 몇 달 이어지면 선택지는 많지 않다. 버티거나, 접거나. 그리고 그 결과가 폐업 통계로 남는다. 
 
변화의 배경에는 겹겹의 부동산 규제가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거래의 문턱을 높였고, 대출 규제는 구매 능력을 숫자로 재단했다. 보유세와 취득세 부담은 무게를 더했고, 분양·전매 제한은 시간을 묶었다. 각각은 ‘시장 안정’을 목표로 설계됐지만, 동시에 작동하면서 시장은 움직임 자체를 잃어갔다.
 
브레이크만 있고 가속이 없는 정책은 도시를 멈추게 한다. 멈춘 도시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가격 안정이 아니라 사람의 이탈이다. 한 번 문을 닫은 중개업소, 한 번 접은 생계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정책의 성패는 그래프보다 거리에서 먼저 드러난다. 불이 켜진 중개업소가 있는지, 새 공사가 시작되는 현장이 있는지, 사람들이 다시 미래를 말하는지로 확인된다. 최근의 폐업 수치는 그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게 만든다.
 
규제로 시간을 벌었다면, 그 시간으로 무엇을 준비했는지 이제는 답해야 한다. 공급의 신호는 충분했는지, 거래가 숨 쉴 공간은 남겨두었는지, 규제의 비용을 완화할 장치는 있었는지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겹겹이 쌓여 있는 부동산 규제는 ‘안정’이 아니라 ‘정체’로 기록될 것이다. 거래가 멈춘 도시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집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 사실을 외면한 채 규제의 성과만을 말하기에는, 꺼진 불이 너무 많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
강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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