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15일 내란특검은 윤석열씨,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24명을 기소하는 등 180일에 걸친 수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윤씨의 비상계엄 동기 등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들 중 확인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윤씨의 외환 혐의를 다 밝히지 못하고 국군정보사령부의 '몽골공작'이나 계엄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들이 기재된 '노상원 수첩'의 내용을 규명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입니다.
특히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사령관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은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실제 실행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있습니다. 수첩에는 '차기 대선에 대비 모든 좌파세력 붕괴', '행사 후 국회, 정치개혁, 민심관리 1년 정도, 헌법개정, 국가안전관리법 제정', '선거구 조정, 선거권 박탈' 등의 문구가 적혔습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지시 문건에는 '국회에 전입되는 예산 차단',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과정에서 이른바 '비선 기획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2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씨 재판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비상계엄을 전후로 해 국내 정치적 분위기뿐만 아니라 미국 등 대외적인 상황까지 염두에 둔 계획들도 포착됐습니다. 그러나 수첩 내용의 작성 경위와 관여자, 준비와 실행 정도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노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첩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해당 사건은 경찰로 이첩돼 장기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특검은 지난해 12월3일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미국의 선거를 고려해 미국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검은 노상원 수첩에 '미국 협조', '미국 사전 통보'라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서울고검에서 이뤄진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도 "노상원 수첩을 보면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2월4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를 만나려고 출국한다는 내용이 있다. 면담 날짜는 12월5일"이라며 "(박정희정권의) '10월 유신'도 미국 대선 중에 있었다. (!2·3 계엄도)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대선 후 취임 전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대선은 11월5일이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20일 취임했습니다.
다만 노 전 사령관과 윤씨가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다는 게 특검의 판단입니다. 박 특검보는 "항상 윤석열씨와 김용현 전 장관, 김용현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사령관 이렇게 되어 있어서 사실상 김용현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사령관의 공모 내용이 김용현 전 장관을 통해 그대로 윤석열씨에게 보고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육군사관학교 3년 후배입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취임한 2024년 9월부터 22차례나 국방부 장관 공관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2024년 11월30일부터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까지 나흘간은 매일 공관에 들어갔습니다. 김 전 장관은 검찰에서 이 시기를 계엄 선포문과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을 준비하던 시기라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박 특검보는 윤씨의 외환 의혹과 관련해선 "계엄 여건 조성 목적으로 시도한 사실관계는 다 조사가 됐다"면서도 "진상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남북 대치상황에서 우리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는 군사작전이 위축되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박 특검보는 아울러 "열심히 군 복무를 하시는 모든 분들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수사를 했고), 계엄 여건을 조성할 목적이 아니라 군사작전 수행이 입증되면 (외환 혐의에서) 다 제외했다"고 했습니다.
박 특검보는 군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진상 밝히되 절제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박 특검보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고 저희가 그런 점에 있어서 최대한 절제된 수사 했다고 자부한다"며 "절제된 수사와 진상 밝히지 못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특검이 수사하고 남은 의혹들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이첩돼 수사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총 249건의 사건 중 34건은 수사 기한 내 종결이 어려워 국수본 등으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특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는 추가적인 공소장 변경을 통해 공소를 유지할 예정입니다.
박 특검보는 "계엄의 모의 준비라든가 선포 이유가 현재 공소장에는 명확히 반영이 안 돼 있다"며 "특히 기소되어 있었던 내란 우두머리죄라든가, 김 전 장관의 내란주요임무종사에는 이게 반영이 안 돼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