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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거부한 '피의자' 방치한 경찰…법원 "징계사유 인정"
법원 "응급조치 보류한 채 경찰서 인치는 적절한 공무집행 아니야"
2020-06-07 09:00:00 2020-06-07 09: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갈비뼈가 부러진 채 119 치료를 거부한 피의자를 방치했던 경찰에 내려진 불문경고에 대해 법원이 '정당한 징계'라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경찰관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불문경고처분을 취소해달라"면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A씨는 서울강남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으로, 2018년 11월 24일 강남의 한 클럽 로비에서 '모르는 남자가 여자를 만지려 해서 뭐라고 말하니 그 남자로부터 구타당하고 갈비뼈 밟혔다'는 B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B씨가 만취한 상태로 피해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욕설과 난동을 부리자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호송했다.
 
B씨는 지구대로 호송되던 중 넘어져 무릎과 얼굴을 바닥에 부딪쳤고 코피를 흘리게 됐다. 하지만 119 구급대원에게 "119 필요없다. 내가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을테니 그냥 가라"고 말하며 치료받기를 거부했다. 이후 그의 모친이 다시 119신고를 했고 구급대원이 갈비뼈 통증을 호소하는 점을 확인, "검사해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A씨는 "조사 끝나고 가게 하겠다"며 병원 후송을 거부했다. B씨는 90분간 뒷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있었고 지구대에 2시간30분 동안 인치돼 있다가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조사 또한 없이 석방됐다. B씨는 갈비뼈가 3대 골절된 전치 5주의 부상 상태임이 추후에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부상 피의자에 대한 보호조치 및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보통징계위원회는 A씨에 대해 불문경고 처분을 했다. A씨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119구급대 출동을 요청하는 등 피의자에 대해 응급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부득이한 사유로 피의자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던 것에 불과하다"면서 불문경고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A씨가 부상 피의자에 대한 보호조치 및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으므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응급구호가 필요하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치료거부에도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없는 한 신원 확보 후 보호자에 인계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수사가 곤란한 사정이 인정됨에도 응급조치를 보류한 채 신속한 조사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경찰서에 피의자를 인치하는 것은 적절한 공무집행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불문경고 처분이 위반 행위의 경중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해 객관적으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공직기강의 확립이나 경찰공무원 전체에 대한 신뢰 회복 등의 공익은 처분으로 인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대해 작다고 할 수 없다"면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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