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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안펀드 가동 첫날…증시 회복에 집행 대기
한투운용, 1조원 우선 설정…"V자 반등 보단 지수 안정"
2020-04-09 16:00:21 2020-04-09 16:00:2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증시 안정을 위해 조성된 '다함께코리아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가 9일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지만, 유가증권시장이 1800선을 지키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실제 자금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증안펀드가 V자 형태의 증시 반등보다는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데 의미를 둬야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증안펀드 상위펀드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9일 전체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안펀드 중 1조원을 우선 설정해 운용한다고 밝혔다. 증안펀드는 코로나19 사태로 변동성이 커진 국내 주식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신한·KB·NH등 5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23개 금융회사와 한국증권금융·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이 출자해 조성됐다.
 
증안펀드는 투자 대상을 확정한 후 실제 투자를 집행할 때 필요한 자금을 납입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조달하게 되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차 캐피탈 콜 금액 3조원 가운데 1조원 규모를 우선 설정했다.
 
다만 주가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실제 자금 매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이번에 조성된 증안펀드는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면서도 "캐피탈콜 3조원 가운데 1조원 규모의 펀드가 우선 설정한 것으로 실제 자금 집행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급락 등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때 증안펀드도 본격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던 3월23일 당시에는 코스피 지수가 1482.46까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높았지만, 현재는 1800선을 회복하며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당장 ETF나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MMF 등 대기성 자금으로 굴릴 것으로 보인다. 
 
펀드는 개별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증시안전판으로 역할하기 위해 주식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basket)인 코스피200, 코스닥150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게 된다. 운용 방식은 증시가 특정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자금을 분할해 매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증안펀드가 증시부양보다는 시장안정에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진단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증시가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면서 "코로나19의 충격이 실물경제 지표에 반영되면 주가도 조정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또 "현재 상황에서 (펀드를) 당장 집행을 하기보다는 차후 주가 하락시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증안펀드의 규모가 시가총액의 0.9% 수준에 불과해 국내 증시를 지지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증시 안정장치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150억원 규모로 조성된 증시안정공동펀드는 11월21일 첫 가동 이후 이듬해 3월까지 5차례 투입되면서 증시 안정을 이끌었다. 2008년11월20일 948.69(종가기준) 수준이던 코스피는 21일 1003.73으로 5.8% 뛰었고, 5차분이 투입된 2009년3월20일(1170.94) 대비로는 23.4% 올랐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시장안정펀드'는 주식시장 랠리를 이끌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름 그대로 주식시장의 안정을 목적으로 한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 단기자금시장 안정지원 등이 함께 나왔다는 측면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장들이 '다함께코리아 펀드'(증안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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