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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혼자라 버틴다
박혁권, 결혼 생활이 어렵다고 이야기 한 이유
2020-02-18 18:35:43 2020-02-18 18:35:43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 그 시기를 지나고 돌이켜 보면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준다고 하기도 한다. 배우 박혁권은 신이 자신에게 준 시련이 혼자기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이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박혁권은 영화 기도하는 남자에서 지독한 경제난 속에서 개척 교회를 운영 중인 목사 태욱 역할을 맡았다. 처음 그는 태욱 역할을 연기하는 것을 망설였다. 영화의 배경이 종교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영화의 배경이나 인물의 직업보다는 등장 인물의 감정이 좋아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박혁권은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태욱이 목사라는 점, 종교적인 문제점, 특히 개신교의 병폐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것에서 되게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사실 다른 사람이 내 집안 이야기를 하면 하지마그럴 수 있다. 괜히 내 집안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다니까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 부분이 연기를 하면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사진/랠리버튼
 
태욱은 경제난 속에서도 믿음을 가지고 개척 교회를 운영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아내 정인(류현경 분)에게 장모(남기애 분)의 수술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태욱은 극한의 상황에 몰린다.
 
박혁권은 대다수의 월급이 없는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이라면 태욱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배우도, 영화 감독도, 미술 작가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라며 소상공인들 역시도 고정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지 않아 비슷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배우 수입을 언급하며 박혁권은 때로는 고정 수입이 있는 직업이 부럽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고정 수입이 있다면 생활을 계획할 수 있다고 했다. 고정 수입 안에서 운용할 수 있지만 자신의 경우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계획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농담처럼 배우들이 50부작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를 들어가면 월급 나와서 좋겠다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혁권은 고정 수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게 내가 같은 시간에 움직여야 하는 걸 힘들어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휴가도 남들이 갈 때 맞춰서 가야 하는 직장인들의 삶이 힘들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하는 것도 힘들게 느껴지면서 자신보다 회사원이 더 힘들겠다고 느꼈다고 한다. 어찌보면 이 역시 그가 혼자이기에 가능한 선택지다.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사진/랠리버튼
 
태욱은 점차 상황이 극한에 몰리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태욱과 같은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박혁권은 연기를 하면서 염두한 것이 사건과 사건이 넘어가면서 계속 태욱의 감정이 증폭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태욱이 화장실에서 하는 행동은 그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몰려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혁권은 기본적인 감정은 자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태욱이 잘못된 선택을 한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서 뻗어 나온 감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 상에서 태욱의 행동은 목사라는 직업을 반영해 방언하는 느낌으로 표현 되어 있었다.
 
박혁권은 자신이 과거 천주교, 불교, 개신교를 다 거치고 천주교를 오래 다녔지만 현재는 무교라고 했다.짧게 나마 종교를 경험한 그 조차도 방언과 관련된 동영상을 보면서도 태욱의 행동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는 일시적인 공황 상태, 혹은 패닉에 빠진 모습으로 연기를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에게 솔직히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여러 번 촬영을 해 편집의 힘을 빌린 장면이라고 밝혔다.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사진/랠리버튼
 
태욱을 연기한 박혁권이지만 그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힘들다고 그렇게 끝장을 보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인간 박혁권이 태욱을 봤을 때 저렇게 끝장을 보면 오히려 본인에게 큰 아픔이 남을 것이고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족에게도 무책임한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박혁권 역시도 태욱처럼 힘든 시기가 찾아오곤 했다. 그는 선배님이 배우를 하면서 버티다 보면 어느 날 좋은 일이 볼링 핀처럼 서 있을 거라고 했다. 근데 안 좋은 일도 그렇다볼링 핀처럼 안 좋은 일이 연달아 벌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 역시도 어린 시절 입버릇처럼 되는 일이 하나도 없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혁권은 태욱과 달리 자신의 한계를 설정해 노력을 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구분 지어 힘든 시기를 넘긴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을 힘들어 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다고 했다. 붙들고 있어봐야 더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니 시기를 넘기기 위해 기다리기 모드로 전환을 해 버티기에 들어간다고 했다.
 
박혁권 스스로가 버티기 모드라고 이야기한 것도 결국 자신이 혼자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틸 수 있는 건 혼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책임 지면 된다결혼을 일찍 해서 가정이 있었다면 아마 다른 일을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박혁권에겐 결혼 생활이 너무나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태욱은 가족이 있기 때문에 결국 그런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도 몰라요. 전 혼자 책임을 지면 되고 몸이 아프지 않은 것도 제가 힘든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태욱도 잘 버티다가 장모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압박이 그가 어긋나게 만들었으니까요.”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사진/랠리버튼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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