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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아빠, 미국은 어떤 나라야?”
2020-01-17 00:00:00 2020-01-17 00:00:00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광화문에 자주 놀러 나간다. 근처 대형서점에 들려 책도 보고, 식당가 한 곳을 골라 밥도 먹고, 마지막 코스로 광화문 광장에 들린다. 넓은 운동장이나 다를 바 없는 광장에서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논다. 하지만 요즘엔 그럴 수 없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태극기 부대 집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나선 모습이 딸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지는 집회 참가자 발언을 귀담아듣던 딸이 묻는다. “아빠, 미국은 어떤 나라야? 정말 그렇게 좋은 나라야?”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다. 미국은 과연 자신들의 주장대로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제1의 경찰관인가? 그래서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좋은 나라인가? 태극기 부대 믿음처럼 미국은 정말 그런 나라인가영화가 시대의 반영이고 대중심리 투영이란 측면을 생각하면 한국 영화가 보는 미국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영화백두산에서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미국은 한반도 안전과 국민들의 안위보단한반도 비핵화란 자신들의 의제에 집중한 모습으로만 그려졌다영화감기에선 또 어땠나. 살인적 바이러스가 출몰한 분당을 폐쇄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을 윽박지르며 대한민국 국민을 향해 폭격을 주장한 미국 고위 관료의 폭압적 위압감은 지금도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눈에 띄는 영화는 또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 얘기를 그린 영화바이스’. 영화 속 미국은 특정 세력 권력 유지와 자국 경제 이익을 위해 이라크전을 조작해 일으킨나쁜 나라. 현대 사회에서의 악마는 저런 모습으로 출몰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미국의 잔인함을 오롯이 담았다. 그리고 미국은 이번엔 이란을 겨냥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미국의 모습은 태극기 부대가 믿고 신뢰한 미국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봉준호 감독기생충이 전 세계 영화 시장의 심장이라 부르는 할리우드, 그곳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미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 글로브에선 한국영화 최초외국어영화상도 수상했다. 국가적 차원에선 늘 대한민국보다 우위에서 내려다보던 미국이 처음으로 문화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에 동등한 관계로 손을 내밀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는 이런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문화가 국가적 관계도 바꿀 수 있을까? 내가 궁금한 지점이다. “미국은 어떤 나라야?”란 딸의 질문에 선뜻 확실한 답을 내어놓을 수 없었던 난 이제 다른 질문을 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대중문화 힘이 미국과 한반도 국가적(외교, 안보, 경제 등) 관계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를 도와주는 미국 등에 칼을 꽂으려 한다는 태극기 부대 믿음처럼 미국은 한반도에 진정으로 그런 나라일까? 그것을문화의 힘이 해낼 수 있을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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