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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제약바이오기업에게 스톡옵션이란
2019-11-08 01:00:00 2019-11-08 01: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를 취재할 때 생긴 일이다. A사가 2020년에 미국 FDA에 허가신청을 할 것이라고 기사를 썼는데 얼마 후 투자자에게 전화가 왔다. "2018년인데 왜 마음대로 2020년이라고 하느냐"고 따졌다. 회사로부터 최근 계획이 바뀐 것을 확인해서 썼다고 했더니 험한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니 믿기 어렵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만큼 회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투자자의 이런 신뢰에 반하는 일이 올해 유난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눈에 들어온 것은 스톡옵션 문제다. 이리저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잘 안되는 부분이 많다. 최근 5년간 주식시장에 특례상장한 기업 전체의 스톡옵션 중 제약바이오 기업이 85%를 차지했다. 지엘팜텍과 신라젠이 부여한 스톡옵션은 한해 제약바이오 스톡옵션의 절반이 넘었다. 재직기간만 채우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는 곳이 상당수다. 스톡옵션이 본래 취지로 이용되기보다 남발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대목이다.
 
스톡옵션 제도란 회사의 임직원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로 성과급의 성격이 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기업들 중엔 신약 개발을 하다보니 이익 규모가 상당히 적거나 손실을 내는 곳이 많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스톡옵션은 스톡옵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회사의 미래가 눈에 보이지 않는데다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투자자들은 회사를 전적으로 믿고 투자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과 회사는 이를 행사하고 부여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스톡옵션 행사시기와 주체, 수량 등을 두고도 시장에서는 온갖 추측이 나돌지 않던가.
 
이번 조사대상 51개사 중 유일하게 한 곳만 성과와 연동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수젠텍은 '매출목표 달성', '특정 제품의 해외 수출목표 달성'과 같이 일정 성과를 이뤘을 때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회사 스스로 성과 도달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스톡옵션제의 보완을 생각할 때다. 제도의 기본 취지는 살리되, 악용을 막고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세부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는 한번에 완성될 수 없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그물을 치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어떨까. 답을 찾기 어렵지도 않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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