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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불법이 판치는 부동산 시장
2019-10-16 13:51:06 2019-10-16 13:51:06
최용민 산업2부 기자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다산신도시 분양 당시 나는 500만원, 친구는 1000만원에 청약통장을 구매해 친구만 분양에 당첨된 적이 있다. 불법 통장거래는 부동산 시장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통장을 파는 사람도 돈을 받고 팔기 때문에 신고하면 자신도 피해를 본다. 당사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단속하기 힘들다. 단속에 걸린 사람은 통장 거래 인원 중 극히 일부다.”
 
부동산 투자 방법을 묻는 기자에서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서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첨만 되면 수억원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분양 시장에서 불법과 편법이 많이 발생한다. 청약 통장 거래는 아주 흔하게 이뤄지고 있고, 위장전입과 위장 결혼은 이미 오래된 수법이다. 최근에는 부양가족 수를 늘려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거짓 임신 서류를 만드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약 4년 반 동안 경찰이 국토부에 통보한 불법 청약 당첨자는 모두 1536명, 이들이 관여한 불법 당첨 주택 수는 2324가구로 집계됐다. 불법 청약 당첨 2324가구를 유형별로는 나눠보면 청약통장 양도 등 불법 거래 1361건, 위장전입 745건, 위장 결혼 146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부동산 시장 불법 사례는 비단 청약 시장에서만 벌이지는 일은 아니다. 정부는 최근 강남권 아파트가 평당 1억원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는 등 매매가 급등 현상이 발생하자 32개 기관 합동단속반을 만들어 실거래가 위반사례 단속에 나섰다. 이번 현장조사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강남4구 등 8개구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진행된다. 비정상적으로 차입금이 많거나 현금 비중이 높은 거래, 가족간 증여나 대출이 의심되는 거래가 조사 대상이다.
 
문제는 현장점검은 신고 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서류를 확인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가 문을 닫아 버리면 불법성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현장점검이 시작된 지난 14일 서울지역 주요 부동산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기자와 통화했던 강남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역 공인중개사들과 단체 야유회를 떠나고 있어 길게 통화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장점검 시작일이 미리 예고된 상태에서 단속이 이뤄져 위반 사례가 제대로 적발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청약 시장 불법 사례는 당첨자 중 청약 신청 서류 등을 조사해 불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적발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의 말이다. 불법 거래도 현장조사로 일시 주춤할 수는 있지만, 현장조사가 끝나면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는 ‘상시조사체계’가 단계별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인력 운영 등의 어려움으로 실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단속 인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상시조사체계'로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후약방문' 단속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걸리지만 않으면 ‘로또 당첨'과 같은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누구든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광풍을 잠재우지 않는 한 단속도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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