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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불법복제 막고 저작권 관리도 체계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분야서 저작권 보호·관리에 블록체인 기대감↑
2019-09-23 16:02:14 2019-09-23 16:02:14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블록체인은 일찍이 영화와 음악,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았다. 데이터 위·변조를 막는 블록체인의 분산원장기술이 콘텐츠 산업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불법복제를 근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활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저작권 보호에서 나아가 좀 더 체계적으로 저작권을 관리하려는 시도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음원 업계에서는 저작권료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중 하나인 멜론은 지난 6월 저작권료 사기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유령 음반사를 만들어 수십억원의 저작권료를 빼돌리고 부당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이 콘텐츠 유통에서 저작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네트웍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음악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기업이 AWS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저작권 시스템을 구현하는 첫 번째 사례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AWS의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Amazon Managed Blockchain)'을 활용해 방송 콘텐츠의 음원 저작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영화와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블록체인 적용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진/뉴시스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은 각종 방송 콘텐츠 내에서 음원 사용 이력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창장자와 방송사, 저작권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쉽게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응도 CJ올리브네트웍스 DT융합연구소장은 "음악 저작권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저작권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중요하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저작권 관리 시스템이 콘텐츠 시장에서 저작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뮤지코인은 음악인과 대중들이 저작권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문화 서비스 플랫폼으로 주목 받았다. 뮤지코인은 옥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음악인과 뮤지코인 이용자들이 저작권을 공유한다. 옥션 참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소유하면서 매월 저작권료 수익을 받고, 창작자들은 투명한 수익 배분으로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뮤지코인은 창작자와 대중의 새로운 소통 채널인 '살롱데이트'를 마련해 저작권 인식과 가치 확장을 위한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이용자뿐 아니라 영어권과 일본어권을 포함한 해외 거주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시작했다.
 
주상식 SM엔터테인먼트 CT-AI랩장이 지난 4일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9'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블록체인을 통해 토큰 이코노미를 구현,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도 활발하다. 벅스는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CHAI)'를 연동했다. 신용카드와 휴대폰, 페이코 등의 결제 방식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하면서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뮤지카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입해 창작자뿐 아니라 이용자들에게도 적절한 리워드가 돌아가는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스퍼가 자체 개발한 음원 플랫폼 '업뮤직'도 창작자가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에 음원을 등록하는 동시에 저작권 보호, 음원 거래 관리, 정산작업 등이 간편하게 이뤄지는 구조를 갖췄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활용해 창작자와 이용자가 직접 음원을 거래하고, 플랫폼 기여도에 따라 다양한 보상이 제공된다. 블록체인으로 유통 중개자를 없앤 P2P(개인간) 거래 방식이어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높인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업뮤직은 현재 음원 유통 과정에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전체 10%밖에 되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자사 콘텐츠를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 보다 적극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자체 코인도 발행해서 창작자와 팬들을 위한 적절한 리워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저작권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창작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이용자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제공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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