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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시동)①'100년 불변' 무소불위 검찰권력
일제강점기 체제 골격 유지…'통치수단'에 이용되며 권력화
2019-09-16 06:00:00 2019-09-16 06: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으로 '검찰개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역대 정권은 검찰을 견제하기보다 인사권을 활용, '물타기 수사'나 '표적 수사'를 통해 정적을 제거하거나 방패막이로 활용했다. 검찰은 권력에 기대 몸집과 권한을 불렸다. 개혁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의 정점에 서버린 검찰 앞에서 모두 무위에 그쳤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권력화된 검찰을 목도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다시 그들에게 매스를 들려 한다. 조 장관이 집행자로 나섰다. 검찰 권력은 어떻게 탄생했고 왜 '괴물'이 됐는지, 이번에는 개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5회 연재기사를 통해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일제강점기 검찰은 효율적인 식민 통치 수단으로서 일제에 의해 활용되며 막강한 권한을 누렸다. 지금의 수사권·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기소권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직접 영장을 발부할 수 있었다. 또 검사나 경찰이 피의자 조사 후 만든 조서는 곧바로 유죄 증거로 인정돼 판사들이 이 기준에 맞춰 판결하는 사례도 있었다. 시작부터 검찰은 하나의 권력이었다.
 
지난 1912년 시행된 조선형사령 11조는 '검사는 범죄 장소를 임검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임검을 하지 아니하고 예심판결에 속하는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정하며 검사가 때에 따라서 판사와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2조도 '검사는 현행범이 아닌 사건이라 하더라도 수사 결과 급속한 처분을 요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제기 전에 한해 영장을 발부해 검증·수색·물건을 차압하거나 피고인·증인을 신문하거나 감정을 명할 수 있다'며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해방 후 미군정 체제를 거쳐 1948년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될 때 '3권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은 법원과 분리되나, 일제강점기 당시 부여한 권력은 그대로 남았다. 다만 1948년 제헌헌법은 '체포, 구금, 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단 범죄의 현행범인의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면 수사기관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해 사후에 영장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일제강점기 때와 달리 영장발부권한이 법관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영장청구권한은 검사 외 사법경찰도 있었다.
 
1954년 9월 형사소송법이 제정됐지만 검찰이 가진 영장청구권·기소권·직접수사권·수사지휘권은 유지된다. 형사소송법 자체가 일본 형사법이나 일제강점기 제정된 조선형사령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검찰의 힘을 빼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에도 검사 외 사법경찰의 영장 청구가 가능했다. 하지만 1961년 군사쿠테타 후 권력을 장악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영장관련 형소법을 개정해 사법경찰관은 검사에 청구한다는 문구를 넣어 검사에게 영장청구 독점권을 부여한다. 지금처럼 경찰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면 이를 검찰이 판단해 다시 법원에 청구하는 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에도 박정희 군사정권은 검사의 영장신청권한을 더 강화하며 검찰에 힘을 실었다. 유신체제에 의해 더 큰 힘을 부여받은 검찰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대규모 지하조직을 적발했다'며 무고한 시민들에게 '사법살인'을 저지르며 군사정권 체제 유지에 힘쓰기도 했다. 이후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쳐 1987년 헌법이 개정되고, 김대중·노무현·박근혜·이명박·문재인정부까지 왔지만, 검찰이 가진 권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열린 검찰·경찰·국정원 개혁 전략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일제 식민통치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현재에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검사와 경찰은 일제의 강압적 식민통치를 뒷받침하는 기관이었다. 조선총독에 의해 임명된 검사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규정됐다"며 "올해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검찰의 권한과 행태가 일제강점기와 비교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다졌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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