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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조국 후보 검증과 쓰레기 분류법
2019-09-04 06:00:00 2019-09-04 06:00:00
쓰레기를 분리 배출할 때는 먼저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일반 쓰레기는 폐기물로 분류되어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향한다. 재활용 쓰레기는 플라스틱과 깡통이나 병, 그리고 종이류로 분류하여 각각의 통에 집어넣어야 한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온갖 의혹과 그것을 증폭시킨 기사들을 쓰레기 분류법으로 분류하면 재활용할 것들은 얼마나 될까? 이제 와서 드러나는 것이지만, 상당수 의혹이나 기사들은 재활용할 가치조차 없는 것들로 보인다. 
 
지난 8월 한 달, 수십만 건의 기사가 쏟아진 건 분명 과열이고, 이상현상이다. 오로지 조국을 낙마시켜야 한다는 욕망이 경쟁적으로 분출한 결과다. 한일경제 전쟁이라든가, 남북문제, 노동문제 등의 중요 이슈들은 덮여졌다. 매일 새로운 의혹이 불거졌는데, 그 의혹들은 주로 가족들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구체적인 확인 절차가 없이 일단 질러보는 기사들은 곧이어 확인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들도 제법 많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을 통해서 조국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라는 애초의 목적은 상실됐다. 
 
정치인이든 언론이든 일단 ‘튀어 보자’는 점에서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였다. 튈 수만 있다면 조국 선친의 묘비를 찍어 가족관계를 공개하고,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위법한 방법으로 공개하는 짓도 거침없이 자행했다. 꺼릴 게 없는 일이었다. 한밤중에 혼자 사는 후보자 딸의 집을 찾아가는 남성 기자들도 있었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느니 하는 사소한 것들마저 기사로 만들어냈다. 재활용도 할 수 없는 폐기용 쓰레기를 양산해내는데 한 달 동안 정치판과 언론들은 발 벗고 나섰다. 앞에 든 일부의 사례들은 모두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일들이다. 인권감수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지 않았을 짓들이다. 
 
그 과정에서 혐오발언은 약방의 감초였다. 그 정점은 “꽃이나 보며 자위나 하라”는 논평이었다. 공당의 대변인 입을 통해 버젓이 이런 논평을, 그것도 버젓이 국회 ‘정론관’이라 이름을 붙인 기자회견장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도 쏟아냈다. 망국병인 지역감정이 옅어지고 있나 했는데 그 망국병을 다시 끄집어내는 정치라는 것은 얼마나 구시대의 유물인가. 조국 후보자가 청문회가 불발되는 상황에 이르자 자진해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열던 그 무렵에 다른 청문회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 청문회에서는 미혼 여성 후보에게 출산하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는 국회의원을 보아야 했다. 국회에서는 혐오발언도 전혀 걸러지지 않고 표출된다. 
 
인사 청문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점들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터이지만, 이게 제도를 고친다고 해서 될 일인가 의문이 든다. 그만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막말은 통제 장치 없이 유통되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차명진 전의원 등의 막말, 5.18 유가족들에 대한 김진태 의원 등이 막말, 장애인 비하의 막말은 제대로 징계도 받지 않았다. 어설픈 징계 시늉만 했다. 그러니 국회가 막말=혐오발언의 경연장처럼 변질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이런 혐오발언을 지적해주면 좋으련만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국정감사도 코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침묵하고 있다. 언론들이 이런 혐오표현에 대해서 제대로 문제를 삼아야 하지만 언론들도 덩달아서 춤을 추고 있으니 더욱 규제가 되지 않는다. 조국 후보자의 무제한 기자간담회가 오히려 호통만 치고 위압적인 청문회보다도 낫다는 여론이 국민들에게서 일고,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 검색어 1위로 올랐던 사실을 정치인과 언론들이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혐오발언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를 감시하는 모니터를 진행해보면 어떨까? 가칭 ‘혐오발언 퇴출 시민감시단’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 데이터가 쌓이면 쓰레기를 제대로 분류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닐까. 오늘도 국회에서는 여전히 인권을 무시하는 쓰레기들이 양산되고 있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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