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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생충’ 최우식 “이 모든 건 절대 계획한 게 아니죠”
‘옥자’ 출연 인연, 봉준호 감독 캐스팅 제안…“너무 의아했다”
“송강호-봉준호와 작업한 소중한 추억, 하지만 지나간 추억”
2019-06-10 00:00:00 2019-06-1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배우에겐 정말 미안한 표현을 먼저 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배우 최우식은 출연한 작품마다 흐릿한이미지를 선보여왔다. 물론 그의 출세작인 거인이란 걸출한 작품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상업 영화에선 최우식의 이미지는 딱 이랬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함께 왜소한 체격이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베이스 작용을 하기는 했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에서 강력한 이미지를 선사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으로 작용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 배우는 기묘하게도 감독의 연이은 부름을 받고 있다. 그것도 꽤 잘나가는 흥행 감독들이 앞다퉈 그를 선택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 부름의 힘은 앞서 언급한 흐릿함이 아닐까 곱씹어 봤다. 무엇을 입혀도 최우식은 그 인물이 돼 버렸다. 그래서 봉준호란 충무로 최고의 흥행 감독이 기생충을 기획하면서 가장 주요한 인물로 최우식을 제일 먼저 떠올렸으리라. 그리고 이 영화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이다. 최우식의 흐릿함은 단점이 아니라 완벽한 그만의 장점이었다.
 
배우 최우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과 두 번의 작업을 했다. 첫 번째는 그리 비중이 높지 않은 역할이었다. 더욱이 국내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로 공개된 옥자였다. 이 영화에서 비정규직 트럭 운전사 김군역으로 등장했다. 이 영화가 인연이었다. 봉 감독은 옥자뒤풀이 장소에서 처음 기생충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게 됐단다. 자신의 배역이 그렇게 큰 줄도 몰랐다고.
 
어떤 내용인지 어떤 장르인지 내가 어떤 배역을 맡을 것인지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출연을 제안을 받았어요. 이 영화에서 저를 두고 쓰신 배역이 있단 말씀을 하신 것에 정말 의아했죠. 놀란 게 아니라 의아했어요. 이 정도의 거장 감독님이 왜 대체 나를? 감독님이라면 더 엄청난 배우들을 아실 텐데. 이런 의아함이었죠. 지금도 모르겠어요. 저의 어떤 모습을 보시고 절 모델로 두고 영화 속 기우를 쓰신 건지.”
 
칸 영화제 참석 당시에도 그 이전인 쫑파티 현장에서도 결코 물어보지 못한 궁금증이었다. 인터뷰 당시에도 아직 물어보지 못했단다. 그저 거장 감독이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본 것에 놀랍기보단 너무도 의아했었단다. 그거 전부였다고. 그래서 이 인물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닮은 것도 있는 듯했고, 전혀 다른 면도 있는 듯했단다.
 
배우 최우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우선 기우가 진짜 긍정적이잖아요. 너무 극단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강해서(웃음). 전 그렇지가 못해요. 걱정이 진짜 많아요. 인생을 살다 보면 정말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진짜 많잖아요. 그럴 때 정말 많이 당황하고 또 어리바리해져요. 그런 면은 또 기우하고 비슷한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연기적으론 마녀때처럼 완벽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뭔가 기우를 표현해 낼 아이디어는 많았던 것 같아요. 밑도 끝도 없지만(웃음)”
 
하지만 시나리오를 본 뒤 그 자신감은 완벽하게 부담감으로 변화됐다고 웃는다. 이미 개봉해 600만 관객을 넘어선 기생충의 스토리는 최우식이 연기한 기우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분량 자체가 압도적이다. 제작보고회나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들이 모두 최우식에게 분량을 거론하며 부러움을 보낸 바 있다. 최우식도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진짜 시나리오를 탁 펼쳤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분량이었어요. 너무 많은 거에요. 제가 나오는 부분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기우가 계속 나오는 거에요. 하하하. 내 이름이 나온 부분을 하나 둘 다 찾아보고 또 대사를 한 번씩 읽어봤죠. 톤을 조절해 보고 감정을 그려보고. 그럼에도 걱정은 너무 됐어요. 분량도 분량이지만 송강호 선배와 봉준호 감독님 작품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게 가장 컸죠.”
 
배우 최우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런 걱정을 하시만 정말 아이러니한 장면이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기도 한다. 바로 대선배이자 연기 하나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로 불리는 송강호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기생충이 개봉을 한 뒤 가장 화제가 된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속 가상의 상황이지만 최우식에겐 여간 부담스런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장면에 대한 속내는 인터뷰 당일에도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민망해 했다.
 
진짜 그 상황은 너무 민망하고 또 재미있었죠. 내가 감히 송강호 선배에게 연기를? 영화 속 상황이지만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잖아요. 하하하. 물론 현장 분위기는 너무 즐거웠어요. 저와 선배가 애드리브로 장면 연습을 하다 보면 혜진 선배와 소담이가 끼어 들어서 함께 하고. 아니 실제 저희 엄마한테 전화가 온 적도 있어요. 제가 강호 선배님 연기를 가르쳤단 기사를 보시고 네가 무슨 연기를 가르쳐?’라고 놀라셨어요. 그럴 만도 하시죠. 하하하.”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소개할 때 항상 이상한 영화라고 언급을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최우식에게 이상함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모든 배우들이 동의할 지점이라고 전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상했단다. 물론 그 이상함의 전제는 여러 지점이 있었다. 또한 그 이상함을 끌어 올릴 현실감도 더했다. 함께 했던 박소담과의 친남매농담도 더했다.
 
배우 최우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냥 보셔도 느껴지시잖아요. 너무 이상했죠. 우선 배역들이 주고 받는 다이얼로그가 괴상하잖아요. 평소에 우리가 흔히 쓰는 말도 아니고. 근데 이상할 정도로 그 대사가 입에 붙었어요. 정말 잘 외워졌어요. 반 지하 세트와 박사장 집 세트도 진짜 사실적이었어요. 정말 사람이 사는 집처럼 보였으니. 더욱이 반 지하 세트는 진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실제로 느껴졌어요. 정말 기분 묘했어요. 그런 공간에서 저와 너무도 닮은 소담이와 함께 있는데 잃어버린 동생을 만난 느낌이었죠. 하하하.”
 
경력이 출중한 중견 이상의 배우조차도, 또한 선생님이라고 불릴 정도의 원로 배우들도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세계적인 영화제의 최고상을 받은 영화가 이제 최우식의 필모그래피를 차지하게 됐다. 영화에 대한 느낌과 해석은 이미 숱하게 나오고 있다. 최우식도 데뷔 이후 또 앞으로도 이런 경험은 다시 하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나간 과거라고 말한다.
 
배우 최우식.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정말 대단한 결과이고 저한텐 너무도 소중한 경험이죠. 지금도 또 앞으로도 많이 놀라고 또 즐거운 일이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지나간 과거이고 그 과거에 취해 있으면 안되잖아요. 평정심을 유지해야죠. 내 또래 배우가 송강호란 대선배에게 아버지라고 부를 기회가 있었고, 배우라면 누구라도 한 번은 꼭 작업해 보고 싶은 봉준호 감독님과 두 번이나 작업을 했고. 또 배우라면 평생 한 번은 밟아 보길 소원하는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고, 그 영화제에서 최고 상까지 받은 영화에 주연으로도 출연했으니. 잊지 못할 추억 하나는 완벽하게 만들었죠. 이건 계획한 게 절대 아닙니다.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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