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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롱 리브 더 킹’, 밸런스 탁월함 드러낸 조율 능력
강윤성 감독 ‘범죄도시’ 통해 드러낸 스토리 밸런스 탁월한 연출력↑
웹툰 원작 스토리, 전작 대비 분절된 이야기 구조…‘약 될까 독 될까’
2019-06-07 00:00:00 2019-06-0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에서 밸런스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 보겠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에서 밸런스는 사실 큰 역할을 담당한다. 스토리를 부각시키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스토리라인 속에서 숨쉬는 인물들의 생동감에 양념으로 밸런스가 작용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밸런스가 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함이다. 영화 자체가 창작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지만 우리 삶의 편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 속에 숨쉬는 여러 인간 군상들을 통해 스토리의 풍족함을 채우는 역할로서 밸런스 조율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영화 범죄도시 600만 흥행 성적을 일궈냈다. 주연 배우 마동석의 존재감이 흥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란 점에서 이견을 내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분명히 이 영화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의 탁월한 밸런스 조율 실력 덕분일 것이다. 주연부터 조연 그리고 단역과 엑스트라까지. ‘범죄도시속 모든 인물들의 생동감은 강 감독의 연출이 빚어낸 밸런스 조율 능력 덕분이었다. 이 실력은 롱 리브 더 킹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된다. 동명의 웹툰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만화적 구성이 눈에 띈다. 조직폭력배 보스가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 스토리의 핵심은 웹툰이란 매체를 통해 탁월하게 구현됐다. 실사의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발생될 단점은 이미 시작부터 겹겹이 쌓고 가야 할 지점이다. 이런 점을 해소할 지점이 강 감독의 밸런스 조율 능력이었다.
 
 
 
전작 범죄도시와 마찬가지로 강윤성 감독이 그리는 세상에는 완벽한 선악 구도의 대립이 등장한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의 양념을 더한 이다. 전작 범죄도시가 강력한 직구의 통렬함을 담았다면 차기작 롱 리브 더 킹은 정교한 콘트롤을 장착한 변화구 스타일이다. 변화구 스타일의 출발은 목포 폭력조직 두목 장세출(김래원)의 변화이다. 그는 철거 용역 재건설 반대 시위 진압에 투입된 과정에서 한 여인에게 따귀 한 대를 맞고 개과천선을 다짐한다. 반대 시위 주민들을 이끄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이다. 웹툰 원작 출발의 첫 번째 변화구이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장세출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정리한다. 강소현이 의지하는 지역 일꾼이자 전직 조폭 황보윤을 찾아가 그의 후계자를 자처한다. 천원짜리 백반집을 운영하던 황보윤의 뒤를 이어 식당을 담당한다. 이제 장세출은 착한 사람이 되려는 과정에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버스 추락 사고를 당한 장세출은 운전 기사를 구하면서 단 번에 목포 영웅이 된다. 이 영화의 부제인 목포 영웅이 바로 장세출이다. 이와 동시에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최만수와 대립이 성사된다. 강소현과 정치 팟캐스트 DJ 두 명은 황보윤의 선거 출마를 지원한다. 하지만 최만수의 사주를 받은 조광춘(진선규)의 테러로 황보윤은 큰 부상을 당하고 그 대타로 목포 영웅장세출이 출마를 하게 된다. 이 영화의 두 번째 변화구이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 영화의 변화구는 흐름의 변환이 아니다. ‘범죄도시가 완벽하게 조율되고 간결하게 다듬어진 뼈대 라인을 오롯이 드러낸 스토리였기에 돌직구였다면, ‘롱 리브 더 킹은 간결한 스토리 라인을 분절시킨 채 이분법으로 각각 나눠 배분한 지점이다. 분명히 다르지만 큰 맥락에선 같다. ‘범죄도시가 마동석-윤계상 두 배우의 대결이었다면, ‘롱 리브 더 킹은 그 대결 구도가 여러 개로 분산된 것 뿐이다. 분산된 각각의 덩어리가 전체의 대립과 마찬가지로 대립의 색깔을 띄고 있다. 전작을 통해 밸런스의 조율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인 강윤성 감독은 이번 롱 리브 더 킹에선 여러 개여 분산된 스토리의 덩어리 밸런스 역시 특유의 무게 조율로 탁월한 배치를 해냈다. 인물 하나하나 배역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과함이 없다.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장면에선 오히려 숨을 죽인다. 과함을 강조하면 전체의 밸런스는 분명히 깨진다. 장면의 임팩트는 선입견을 끌어 오고 선입견은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가장 큰 오류이다. 액션이 다수 등장하지만 피가 등장하지 않는다. 조폭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이지만 추악한 지점은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 전체의 주요 소재의 밸런스를 위한 감독의 장치인 셈이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물론 전체 구도의 밸런스를 위해 추악함의 무게 추는 존재한다. 3선에 도전하는 국회의원 최만수이다. 현실 정치에 실망한 우리의 진짜 현실은 피곤하고 괴로울 뿐이다. 현실 정치의 추악함은 조폭의 범죄에 비할 바 아니다. 그들의 정치나 이들의 정치나 롱 리브 더 킹의 세상에선 진배 없는 매한가지 일 뿐이다. 차선(개과천선 조폭)이 최악(정치인)을 대신하는 세상의 아이러니가 지역 영웅(장세출)의 활약상과 개과천선으로 이뤄질 수 있단 스토리 자체가 만화적이기에 황당할 뿐이다. 사실 그 황당함은 우리 현실이 오래 전 넘어선 괴로움일 뿐이다.
 
범죄도시를 통해 현실의 괴로움을 통렬한 직구로 박살낸 강윤성 감독의 밸런스 조율은 이미 600만 관객이 확인한 탁월함이었다. ‘롱 리브 더 킹은 분명한 장점과 단점으로 비유될 이질감이 넘친다. 앞서 언급한 분절된 스토리 라인은 전작의 통렬한 직구의 쾌감에 더욱 양념을 칠 변화의 재미를 더한다. 따귀 한 방에 개과천선을 한 조폭의 속내, 조폭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현실의 비현실성, 나쁜 조폭과 그 나쁜 조폭보다 조금 더 착한 조폭의 대립. 그들보다 더 나쁜 정치인의 진짜 추악한 속내. 각각의 분절이 만들어 낸 흥미와 재미가 또 다른 볼 거리를 분명히 전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단점이라면 과도한 밸런스의 조율이 될 수도 있겠다. 아이러니이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전작 범죄도시를 통해 주조연과 단역까지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카메라의 시선으로 배역의 삶을 바라본 강윤성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사실 롱 리브 더 킹과는 맞지 않는 방식일 수도 있을 듯하다. 오히려 현실 기반의 범죄도시가 더 만화적이고, 만화를 베이스로 한 롱 리브 더 킹이 더 현실적인 체감을 끌어 오는 것은 이미 현실이 영화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장르의 구성안에서 강윤성 감독의 조율 능력은 전작과 이번 영화로 인해 완벽하게 증명이 됐다. 하지만 진짜 그의 실력은 아마도 다음 작품이 될 것 같다. 이건 관객들이 롱 리브 더 킹의 숫자로 반드시 증명해 줄 듯싶다. 개봉은 오는 19.
 
P.S 카메오가 즐겁다. 마지막 엔딩은 더욱 유쾌하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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