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정의선, 할아버지에게 밥상머리 교육·아버지는 살아있는 경영철학
지근거리서 MK 보좌 ‘존경’ 표해…후계 대표로 함께할 수 있을까
입력 : 2019-03-25 00:00:00 수정 : 2019-03-29 15:50:45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30분 전에 먼저 도착한다. 도착 후에는 ‘회장님’ 2~3미터 뒤에서 튀지 않고 이동한다. 회장님이 연설을 할 땐 그늘쪽에 몸을 숨긴 자리에 서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경청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행사장이나 공항에서 목격했을 때면 늘 그는 그래왔다.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앞에 선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외아들로서 누나들 앞에 서 있을 만도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도 늘 그들 뒤에 서 있을 정도로 위계를 엄격히 지켰다. 사실 현대가의 가풍을 놓고 보면 낯선 모습은 아니다. 할아버지 아산 정몽구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록 사진 어떤 것을 봐도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자식들은 늘 뒤에 서 있었고, 옆에는 전문 경영인들이 함께 했다. 정몽구 회장이 아산과 처음 나란히 했던 사진은 아산이 자식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발표한 바로 그 날이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정몽구 회장을 늘 ‘회장님’이라고 불렀고, 가끔 “존경한다”는 말 이외에는 회장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지난 2011년초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한다.
 
“제 역할 모델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일궈낸 정몽구 회장입니다. 회장께서는 현대차그룹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며 한국 경제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의 성공 배경에 대해 “현대차의 도전정신”이라고 강조하면서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서 비롯된 현대의 기업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2016년 4월15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 회장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 씨와 채 부회장 딸 채수연 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 있어 정몽구 회장은 아버지이자 자신이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할 기업가라는 업을 성공하기 위한 롤 모델이다. 어릴적 청운동 자택에서 할아버지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다면, 청년이 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으로 이어지는 역사에서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걸어온 길을 지근거리에서 보고 배웠다. 숱한 위기에서도 오뚜기처럼 일어나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권 자동차기업으로 일으켜 세운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은 그에겐 살아있는 교과서다.
 
이번 주총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전자는 범 현대가의 적통 그룹이며, 후자는 정몽구 회장이 지금의 영광을 만드는데 기반이 됐던 ‘현대정공’을 모태로 하는 기업이다. 두 핵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다는 것은 이제 ‘정의선의 현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정의선 부회장이 가질만한 희망사항이 있다면, 정몽구 회장이 아산으로부터 그랬던 것처럼, 정의선 부회장도 아버지와 함께 경영권 승계 행사에 함께 서서 후계자임을 인정받고 싶은 게 아닐까.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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