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러분이 바라는 모든 것, '라이온 킹'이 채워드려요"
20년 만 인터내셔널 투어…대구 이어 서울공연 개막
주역 3인 핏젱·영·시옌티…"아프리카 소울을 관객에게"
입력 : 2019-01-11 16:40:58 수정 : 2019-01-11 16:40:58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저렇게 높은 데서 공연을 하라니, 저는 그 이야기 듣자마자 농담하는 줄 알았어요."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라피키 역을 맡은 느세파 핏젱은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에서 공연하던 순간을 이같이 회상했다.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인터내셔널 투어로 한국을 찾은 '라이온 킹'은 새해를 맞아 한국 관객들에게 아찔한 이벤트 하나를 선사했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일본 도쿄타워에 이어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 최정상에서 '라이온 킹'의 오프닝 공연을 펼친 것. 
 
뮤지컬 '라이온 킹'의 주연 배우 3인. 왼쪽부터 느세파 핏젱, 데이션 영, 조슬린 시옌티. 사진/클립서비스
 
10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비즈니스룸에서 만난 핏젱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건물이었나요? 그동안 높은 데서 공연은 해봤지만 이번만큼은 농담인 줄 알았어요. 막상 올라가 보니 정말 높더라고요. 인정해요. 무서웠어요. 하지만 라피키로 분장한 이후엔 아무것도 아니었죠. 그 특별한 감정을 놓칠 수 없어서 무서워할 새도 없었어요." '라이온 킹'의 또 다른 주역 데이션 영(심바 역)과 조슬린 시옌티(날라 역)는 핏젱의 숨막히는 모험담에 웃음을 터뜨리기 바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핏젱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배역에 푹 빠져 공연할 수 있었다고. "많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드론'이라고 부르는 날아다니는 카메라가 있더라고요. 그것도 환상적이었어요. 그걸 보며 긴장을 늦출 수 있었죠. 뭔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라피키' 역의 느세파 핏젱. 사진/클립서비스
 
최근 대구 공연을 마치고 서울 공연을 시작한 세 배우는 아프리카의 소울을 한국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시옌티는 '진짜 아프리카'의 모습이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큰 사람이에요. 매체를 통해서만 접했던 아프리카가 아니라, 그동안 보지 못했을 것들을 전하고 싶어요.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우리의 행복과 재능, 음색은 어떤지 보여줄 생각에 굉장히 신나요." 특히 배우들은 '서울'과 '소울(영혼)'이 동음이의어라는 점을 흥미롭게 여기며 "영혼을 전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감동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바' 역의 데이션 영. 사진/클립서비스
 
이미 '라이온 킹'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관심은 뜨겁다. 3월까지 예정된 서울 공연의 전 회차가 일찌감치 매진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가 성사된 것은 1997년 초연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브로드웨이에 가야만 관람할 수 있던 세계 최고 흥행작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니, 예매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게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닐 터. 오리지널 스토리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이 작품의 숙제다. 
 
하지만 배우들은 확신으로 가득 찬 모습이다. 세 배우는 '라이온 킹'이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영은 '소재'의 힘을 거론했다. "누구나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신념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떠나잖아요. '라이온 킹'은 문화와 언어, 인종을 불문하고 인생의 여정 속에서 신념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해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죠." 
 
'날라' 역의 조슬린 시옌티. 사진/클립서비스
 
시옌티는 이 작품을 단순한 뮤지컬의 하나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는 포부를 꺼냈다. "이 작품을 통해 그 어떤 예술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요. 세트, 분장, 의상 등 모든 요소가 굉장히 특이해요. 사바나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동물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죠." 여성 캐릭터 '날라'를 연기하고 있는 그녀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극의 전개에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 "대부분의 뮤지컬에서는 남자가 강인하게 나오죠. 하지만 '라이온 킹'은 여자가 얼마나 강인한 존재인지, 생명의 순환에 여자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줘요. 여자들이 힘껏 외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주연배우 세 명 모두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보며 자라온 세대다.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를 묻는 질문에 핏젱과 영은 '심바'를, 시옌티는 '티몬과 품바'를 꼽았다. 하지만 뮤지컬 버전에서는 그 선택이 달라진다. 핏젱을 제외한 영과 시옌티가 모두 '라피키'를 최고의 캐릭터로 지목했다. 핏젱이 연기하는 라피키는 다양한 아프리카 토속 언어를 구사하는 캐릭터로, 내레이터이자 주술사, 안내자 역할을 한다. "재밌고 조금은 정신이 나간 것 같지만 현명한 인물이죠."
 
뮤지컬 '라이온 킹'의 한 장면.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세 배우는 서울 관객들에게 후회 없을 공연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것들, 우리가 다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라는 모든 욕망을 우리가 채워드릴게요." 
 
'라이온 킹'은 오는 3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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