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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당’ 지성, 그를 만든 99%의 ‘노력’
처절하게 살아온 ‘흥선’의 삶…”그가 이해되기 시작했죠”
어려웠던 가정사, 지금의 배우 지성 만들어 준 ‘원동력’
2018-10-01 06:00:00 2018-10-01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해 추석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장르적으로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물괴’ ‘안시성’ ‘명당세 편이 동시기에 극장가에 출격했다. 이들 영화에서 가장 생경한 캐스팅을 꼽아봤다. 대동소이하겠지만 대부분 명당속 흥선대원군을 연기한 배우 지성을 꼽을 것이다. 그 동안 안방극장에서 자주 극화됐던 조선 말의 시대상이 명당의 배경이다. 지성이 연기한 흥선대원군은 아직 권력을 잡기 전 이른바 상가집 개로 불리던 흥선군시절의 모습이었다. 몰락해가는 왕가의 자손이다. 사실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던 이름뿐인 왕족이다. 이 배역은 그 동안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던 중견 배우들이 도맡아오던 인물이다. 분명히 유약해 보이고 또 분명히 존재감에서 뒤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배우 지성이 이 배역을 맡았다. 물론 영화를 본다면 이 같은 생각의 잘못된 지점을 관객들은 저마다 잡아낼 것이다. 이제 흥선대원군의 라인업에 배우 지성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으니.
 
지성.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언론 시사회가 열리고 며칠 뒤인 이달 중순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지성은 영화 명당흥선군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대중들이 익히 짐작할 수 있는 매너 좋고 조금은 유약해 보이고 또 일부가 그를 바라보는 지극히 애처가스런 모습의 지성만이 남아 있었다. 마초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권력을 쫓는 야망과 욕망으로만 이뤄진 명당흥선군의 모습은 찾아 보려 해도 찾을 수 없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너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 드려요(웃음). 전 제가 부족한 걸 분명히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명당흥선군역할에도 많은 부담이 있었죠. 다행히 흥선대원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명당이 아니고 다양한 사람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얘기였기에 저도 그저 곁다리로 하나 걸치면 되겠다는 생각에 참여했을 뿐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작 영화들이 몰려서 주변에서 우려도 많은 데 올바른 선의의 경쟁이 이뤄졌으면 좋겠고 모두가 사랑 받은 결과를 얻기를 바랄 뿐이에요.”
 
누구라도 궁금했고, 누구라도 물어보고 싶었고 지성 본인도 의아했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명당흥선군은 아직 권력을 잡기 전, 그러니깐 흥선대원군이 되기 이전의 모습이다. 자신을 숨기고 장동 김씨(실제 역사 속 안동 김씨) 일가에게 상가집 개로 불리는 굴욕을 당하면서도 가슴 속에 칼을 품고 사는 이중적이면서도 야망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물론 지성도 과거 드라마에서 이런 색채의 역할을 맡아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흥선이란 이름은 무게감부터가 분명 다르다.
 
지성.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아유 그럼요. 당연하죠. 글쎄요. 전 작품을 결정하고 나면 주변에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저 매니저에게 정도만 물어 보는데(웃음). 어울릴 것 같다고 해서 뭐 용기도 얻었죠. 하하하. ‘명당흥선은 권력을 잡기 이전 젊은 시절의 모습이잖아요. 자료가 많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상상을 해봤죠. 그렇게 모욕을 당하면서 처절하게 살아온 이유가 뭘까. 어떤 절박함이 있지 않았을까. 그 점에 중점을 둬 봤어요. 그랬더니 흥선의 속내가 좀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왕가의 몰락한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흥선삶에 대한 가치관이 분명히 바뀌지 않았을까란 상상을 해봤다는 지성이다. ‘그것이 열등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란 상상까지 더해졌단다. 결국 이런 점은 명당속 후반부로 갈수록 같은 대의를 품고 있던 박재상(조승우 분)과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점은 명당에 대한 호불호를 낳는 지점이기도 했다. 지성 역시 이 지점에 대해 조심스럽고 고민스러웠던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명당자체가 실제 역사적 흐름만을 그린 게 아니라 상상이 많이 덧입혀 졌잖아요. 흥선이란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게 아니라 명당을 이끌어 갈 동력의 주요 포인트만 다뤄지기에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죠. 후반부로 갈수록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는 지적도 알고 있죠. 그래서 흥선의 절박함이 좀 더 표현됐더라면 이란 아쉬움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그게 정답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명당은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작품이 아닌 픽션이기에(웃음).”
 
지성.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노력형 배우라고 표현했다. 그를 일고 있고 또 그의 연기를 봐온 대중들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지점이다.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는 분명 배우 지성에겐 약점이자 단점이다. 그럼에도 여러 작품에서 스펙트럼이 넓은 연기를 선보여 왔다. 또 그 역할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왔다. 그는 충분히 자신의 노력을 더하고 있었다.
 
전 제가 능력이 출중하지 못한 배우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웃음). 사실 콤플렉스 덩어리에요. 예전 데뷔 초기에는 현장에서 넌 연기하지 마라는 소리부터 더한 막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하하. 그만큼 연기를 전 못했어요. 좀 힘든 가정사도 있었고. 사실 그 힘들었던 가정사가 절 버틸 수 있게 도와줬던 것 같아요. 거기에 아내인 보영씨가 절 잡아줬죠. 그리고 아빠가 된 지금은 제 가정이 절 노력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요. 이젠 배우로서의 올라섬보다는 가정이 제일 중요해요. 그래서 포기하고 놓는 지점이 많아요. 그러니 더 편해지고(웃음) 물론 노력은 계속하고 있고요.”
 
연예계 최고 애처가 중 한 명인 지성이다. 인터뷰 동안 노력이란 단어와 함께 아내 이보영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언급했다. 그리고 항상 웃고 또 웃는 표정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모든 것이 행복하고 또 즐거운 시간이란다. 아빠가 되고 포기를 알게 되면서 스스로를 옥죄던 것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보다 편안하게 연기를 바라보고 작품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된 듯 하다. 영화 명당흥선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일상에서의 아빠이자 남편 지성이다.
 
지성.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예전의 어려웠던 가정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배우 지성은 정말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그 시절도 저에겐 감사해요. 지금의 배우 지성과 아빠 지성, 남편 지성을 만들어 준 원동력이니. 이젠 많이 모든 것을 내려놨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욕심을 부린다면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이 아직은 있어요.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건 하나에요. 내 진심을 전하는 방법은 말도 행동도 아닌 연기뿐이란 걸. 크게 더 바랄 것도 없어요. 지금처럼 딱 지금처럼만 저를 필요로 하는 배역에 즐겁게 제가 쓰여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거죠(웃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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