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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집값 비싸다고 푸념하는 친구에게"
2018-08-10 08:00:00 2018-08-13 14:30:21
“우리나라는 부동산가격이 한번 폭삭 무너져야 돼.”
 
30년지기 친구 A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말을 했다. 사회초년생들의 눈에 아파트가격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서른 즈음부터였으니까 20년 가까이 같은 말을 반복한 셈이다.
 
기자도 2010년대 초까지는 그 말에 맞장구를 쳤으나 집값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 뒤로 몇 번 술자리에서 “한국의 집값이 비싼 것이 아니라 그동안 워낙 쌌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해봤지만 A는 번번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한 달 전쯤 A는 또 “집값이 너무 많이, 급하게 올라서 열심히 돈을 모아봤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그날따라 매번 그러는 친구가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해서 작심하고 말했다. “그동안 너는 집을 못 산 게 아니라 안 산 것”이라고. “지금 당장이라도 집을 살 수 있지만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생각이 그걸 막고 있을 뿐”이라고.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가격이 7억원을 넘었다고 하니까 벌이에 비해 ‘집값이 비싸다’는 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직장인들이 월급을 쓰지 않고 다 모아도 아파트 한 채 사려면 10년은 넘게 걸릴 것이다. 이것이 체감온도다.
 
그걸 감안하면 거의 매주 로또를 사는 A가 정말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특별한 행운을 거머쥐지 않는 이상, 아파트값을 전액 마련해서 살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열심히 7억원을 모았을 즈음엔 아파트가격이 10억원을 넘어 있을 테니까.
 
실제로 그 돈을 다 모아서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은행의 힘을 빌린다. 하지만 은행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집값의 절반은 쥐고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 그렇게 구입한다고 해도 대출 원리금을 갚으려면 수십 년 동안 허리를 졸라매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엔 전세라는 제도가 있어 집값의 20~40% 정도 목돈만 있으면 집을 미리 찜해둘 수 있다. 일단 사 놓으면 대출이자 걱정 없이, 집 장만 자금 모으는 사이 집값이 뛰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도 없이 열심히 저축만 하면 된다. 전세보증금의 절반 정도만 모아도 그때 가서 은행 대출을 받아 세입자 내보내고 입주하면 이자 부담이 처음보다 훨씬 가벼울 것이다.
 
재테크로 보더라도, 예·적금 이율보다는 집값 상승률이 더 높았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돈을 은행에 맡겨두는 것보다는 아파트 등 집에 투자돼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갭투자’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집값이 뛸 때는 이렇게 내 집을 미리 마련해두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A에게 까칠했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살고 싶은 집을 세입자 두고 미리 샀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여유자산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A는 부동산시장이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며 경제위기나 금융위기가 오지 않는 이상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상식 정도는 갖고 있었다.
 
A는 친구에게 쓴소리를 듣고 나서 부동산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니 생각이 조금 바뀐 점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친구 말보다는 전문가의 설명이 더 설득력 있었나 보다. 무슨 책을 읽고 어떻게 생각이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모쪼록 그것이 A가 집 장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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