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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이프가드 서명…한미 무역보복 전면전 우려
세탁기 이어 반도체로 확산?…"특허 협상이 목적, 통상마찰 가능성은 낮아"
2018-01-24 18:03:07 2018-01-24 18:03:07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확전 국면으로 접어들까 우려를 낳는다. 세탁기를 넘어 수출 역군 반도체까지 미국의 통상압박 사정권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기조에 편승해 각 국의 무역 이기주의도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부품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 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LG가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짓겠다는 약속의 유인책”이라고 자평했다. 무역통상의 기반인 호혜적 관계는 찾아보기 힘든 발언이다. 전날 우리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과거 우리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WTO에 11건을 제소해 8건 승소했다. 다만, 승소해도 판정 이행 시한까지 수년이 걸려 피해가 누적될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정부는 WTO 제소와 별개로 한미 세탁기 반덤핑 분쟁 관련, 미국이 WTO 분쟁해결기구(DSB) 판정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양허정지를 요청했다. 양허정지는 우리나라가 미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무관세 또는 관세인하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뜻으로 ‘보복관세'를 시사한다. 재계는 정부의 강력 대응을 반기면서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상황은 이미 악화일로다. 미국은 이달 중 철강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상 수입제한조치) 최종 결정안을 발표한다. 한미FTA 개정 협상으로 자동차도 관세 이슈에 노출돼 있다. 특히 지난해 수출 최대공신인 반도체도 사정권이다.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관세법 337조를 이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조사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고발했다. 337조 제재가 실행되면 해당 제품 수입금지는 물론, 압류 및 몰수를 통해 미국 내 판매도 금지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17.4%였다. 반도체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4.5%로, 50%에 육박하는 중국에 비할 게 못 되지만 최근 미국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업계는 월풀이 경쟁사를 밀어내려는 세탁기 이슈와 달리 반도체는 특허 기업이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의 특허권료 협상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SSD를 공급받으려고 고객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며 “공급이 달리는 마당에 (미국이)수입을 억제하면 자국 기업 피해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발 보호무역 조치가 세계로 번지는 현상은 업종을 불문하고 근심을 키운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태양광 세이프가드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우리기업은 대중 중간재 수출 타격과 대미 수출 반사이익이 공존했으나, 한국산도 타깃이 되며 상황은 불리해졌다. 인도도 태양광 세이프가드를 검토 중으로, 곳곳에서 막힌 중국산이 한 곳에 몰려 공급과잉을 키울 수 있다. 이날 코트라는 수입규제 동향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EU 등지의 보호무역 조치도 내다봤다. EU는 2020년까지 역외산 철강제품 수입감시 제도를 운영하며, 베트남은 이달 중 화학비료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결정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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