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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삼성 무노조 원칙…이재용 구속 이후 노조 설립 가속화
새정부 출범도 삼성에 부담…삼성 노사관계 전환기 돌입
2017-08-06 19:10:22 2017-08-06 19:10:2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에만 계열사 3곳에서 노조 설립이 잇달으면서 선대회장 때부터 이어져오던 삼성의 경영 방침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노사협의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삼성의 노사관계가 안팎의 변화에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6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62곳 중 노조가 설립된 계열사는 총 8곳이다. 이중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웰스토리, 에스원 등 3곳은 지난 2월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설립됐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이 원칙으로 삼았던 무노조 경영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가 한화에 매각되면서 3곳에서 노조가 설립됐다. 이들은 매각에 따른 보상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앞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2013년 설립, 삼성의 원칙에 도전하며 균열이 생겼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삼성의 노사 원칙을 무너뜨리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의 와병에 이 부회장마저 구속되며 총수 일가의 공백이 발생했고, 그룹 노사관계 등을 조정하던 미래전략실마저 전격 해체되면서 일사불란한 대응이 어려워졌다. 예전 미전실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이전에 노조 등 각종 부담을 떨치려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근무환경 개선도 그 일환"이라며 "무노조 원칙은 사실상 이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을 내세운 문재인정부의 출범은 타오른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삼성웰스토리노조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과 새정부 출범으로 이전 같은 탄압이 어려울 걸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은 "더 이상 삼성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노무관리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졌다"며 "삼성이 부담을 느끼면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스스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의 신생 노조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삼성의 노사관계도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삼성웰스토리와 에스원 노조 등은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에스원 노조는 지난 3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 신고서를 받고 공식 출범했다. 당분간은 조합원 수 확대 등 조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월 평균 290시간의 살인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숙제"라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 노조는 9월 중 단체교섭을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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