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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사람)“서점인 대회, 독서 문화 구축의 출발점”
이용훈 서울도서관 관장, “어려운 서점계에 도서관 힘보태야”
2016-11-10 08:00:00 2016-11-10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서점은 도서관과 함께 서울시의 독서 문화를 가꾸기 위한 중요한 자원입니다. 결국 문화라고 하는 것은 어느 하나만 잘 갖춰져 있어선 안되고 골고루 갖춰져야 제대로 자리가 잡힐 수 있는 거거든요. 각각의 축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제 기능을 할 때 비로소 서울이 진짜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는 그 출발점이고요.”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지난 4일 서울도서관 3층 관장실에서 서울시 주최, 서울도서관과 서울서점조합 주관의 ‘제1회 서울 서점인 대회’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만의, 서점만의 이야기도 아닌 독서 문화를 위한 ‘상생’의 이야기였다.
 
그가 서점인들과 함께 이번 행사의 구체적인 그림을 논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1월부터 서점인들과 출판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서점인대회 추진 테스크포스팀(TFT)’를 만들고 함께 의견을 나눴다. 올해 4월부터는 TFT 구성원 중 일부 위원을 포함한 ‘서울서점인대회 집행위원회’를 발족시켜 본격적으로 세부 시행을 위한 절차를 밟아왔다.
 
“사실 서울도서관장으로서 서점인 분들과 함께 서점 관련 행사를 만든다는 게 제가 봐도 특이한 부분은 있어요. 전 책방을 운영하지 않으니깐요. 하지만 지역 서점이 점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도서관 역시 같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에 앞서도 지난해부터 서울도서관은 지역 서점을 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8월 서점, 출판, 도서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점 활성화를 위한 자문위원회’를 발족했고 서울 내의 서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서울 책방지도’나 서점 관련 강의를 선보이는 ‘서울책방학교’ 등을 기획해오고 있다.
 
“지역 서점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일들은 계속해서 해왔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헌책방부터 동네서점, 대형서점, 최근 부각되고 있는 독립서점에 이르기까지 부분, 부분적으로 일을 해왔었죠. 다만 이번 행사 같은 경우는 서점 전체를 아울러서 서점계를 활성화시켜보자는 노력을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거죠.”
 
하지만 올해가 행사 첫 해였던 만큼 준비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당초 해외연사로 유럽이나 중국의 서점계 인사들도 초청할 계획이었지만 행사 시기와 연사들의 일정이 맞지 않아 끝내 섭외는 할 수 없었다.
 
“이런 부분을 이번에 경험한 것이죠. 준비과정에서 연사 분들과 연결도 됐었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섭외가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행사는 앞으로 매년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다음에 또 대회에서 함께 서점계 문제를 논의해볼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으로 서울시가 서점과의 관계를 새로 생각해야 되는 부분도 많았고 방법적으로도 익숙치 않았던 부분들도 있었어요.”
 
그러나 그는 “사실은 어려움보단 기대감이 더 컸죠”라고 말을 이었다.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보니까 같이 고민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힘이 되거든요. 정보도 교환하게 되고 서로 좋은 것들을 배우게 되고요. 하다못해 서로 함께 모여 악수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기운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위기가 계속 쌓이면 성장하고 발전해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거거든요.”
 
행사를 준비하면서는 직접 서점 현업인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해결책을 고심해 보기도 했다. 그가 듣는 서점인들의 고민은 곧 도서관의 고민이기도 했다. “서점인분들이 가장 고민하는 건 결국 책을 읽거나 사는 분들이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것이었어요. 근데 그건 우리 도서관의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또 임대료 등 서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는데 그 과정에서 시가 할 수 있는 역할과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고요.”
 
올해 내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행사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행사 첫째 날엔 다카이 마사시 일본 기노쿠니야 서점 사장을 비롯 국내 대형, 중소, 오프라인서점 등의 대표들이 한자리에서 서점계의 미래를 논의하고 전국 서점인들의 권익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서점의 날’도 제정된다. 둘째 날엔 시민들이 함께 독립 서점, 고서점, 헌책방 등 대표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올해 7월 서울시 의회가 ‘서울특별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어요. 일회적으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미거든요. 제도적인 틀은 이미 갖춰졌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시발점이 돼서 그런 분위기를 더 끌어 올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서울시의 도서 행사는 시민 분들이 책을 읽고 자기 주체성과 판단 결정권을 행사하길 바란다는 목표를 지향합니다. 그래야 문화적으로도 아름답고 풍성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러면 도서관과 서점, 두 기둥을 단단하게 세우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이용훈 서울도서관장. 사진/권익도 기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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