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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압박에 최태원 회장 '사법처리 수순' 속도
검찰, "먼지떨이는 고사하고 수사방해 받았다" 반박
2012-01-03 10:00:00 2012-01-03 18:55:59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법처리 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재계의 탄원서에 검찰이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검찰은 늦어도 주중 내로 최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형인 최 회장의 사법처리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지 벌써 6일이 지났지만 최 부회장 구속을 '상수'로 놓았던 애초의 목적을 달성한 검찰은 일단 한숨을 돌리는 눈치다.

검찰 입장에서는 SK그룹 총수 형제 중 동생을 구속한 만큼 형에 대한 '사법처리 선택사항'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최 부회장을 구속하고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을 구속했다는 이유로 곧장 최 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출 경우 면죄부를 준 수사였다는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최 회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 내부에서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태원 선처' 호소에 검찰 '불쾌감' 드러내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재계 등을 비롯해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주장이 나오자 검찰 기류가 바뀌고 있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던 검찰은 '마구잡이식으로 스마트하지 않다'며 공격을 받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해 말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재계 3위인 SK그룹의 최 회장이 오너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검찰이 선처를 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SK그룹 임직원들도 지난해 말 마무리했어야 할 조직개편, 투자계획 수립 등을 취소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최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지 않도록 검찰에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표적수사, 장기간 수사, 먼지떨이식 수사, 기업활동 방해 등 네 항목으로 나눠 조목조목 반박 근거를 댔다.

검찰이 재벌기업을 수사하면서 반박자료를 내고 대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3일 서울중앙지검은 'SK사건 관련 표적수사 등 주장의 부당성'이라는 자료를 통해 검찰 수사로 기업활동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는 재계 일부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지난해 3월 글로웍스 주가조작 수사 당시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최 부회장 소유 수표 175억원과 '최태원·최재원 옵션투자금 흐름표'가 발견돼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장기수사 논란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검찰 인사 이후 사건을 특수1부에 재배당하고 이후 기업활동과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계좌추적에 주력했을 뿐 관련자 소환은 자제했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인 수사기간은 지난해 11월8일 SK그룹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50여일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먼지떨이식 수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총수일가의 횡령과 관련이 없는 SK계열사에는 계좌추적을 위한 영장조차 청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오히려 수사활동에 방해를 받았다. 과거 재벌수사와 비교하면 압수수색 이후 수사기간과 압수수색 횟수, 신병처리 및 입건자 수 등 전 분야에 걸쳐 스마트한 수사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최태원 회장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 집중

최 부회장을 구속한 검찰이 과연 형인 최 회장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SK그룹 총수 형제가 그룹 계열사들이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중 497억원을 빼돌려 개인 선물투자에 사용했고 이 돈을 채워넣는 과정에서 일련의 부정한 수단이 동원돼 총 1900억원대 횡령·배임 범죄가 성립된 것으로 사건의 개요를 정리했다.
 
검찰은 최 부회장이 선물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횡령 등을 주도한 것으로 봐 구속했으며, 최 회장의 사법처리 자체는 피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혹을 풀기 위해 검찰은 지난달 19일 최태원 회장을 불러 밤샘조사를 벌였지만 최 회장은 "500억원 정도는 지분 담보로 언제든 동원할 수 있어 회사자금에 손댈 이유가 전혀 없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또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2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도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나, 최 회장은 업무추진비 등을 썼을 뿐이며 자금 조성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명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가 형제인 경우 한 사람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해 온 전례가 종종 있다는 점은 최 회장의 불구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SK그룹이 최근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과 총수 구속이 기업의 해외 신인도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의 재계 등의 반발 등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론 역시 존재하고 있어 최 회장 신병처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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