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인트' 개헌에 선 긋기…오월정신 공약 '파기'
3년 연속 5·18 기념식 참석했으나 '개헌' 언급 빠져
여야, '오월정신' 새기기 공감하나 각론 '동상이몽'
2024-05-20 17:34:33 2024-05-20 17:34:33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진하·윤지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통령실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에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윤 대통령 임기 내 헌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습니다. 특히 범야권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제한을 비롯해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87년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는 이른바 '포괄적 개헌론'을 주장, 제7공화국을 위한 헌법 개정이 고차방정식으로 격상했습니다. 
 
윤 대통령, '5·18' 헌법 수록 3년째 '침묵'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3년 연속 5·18에 광주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오월정신을 헌법에 새기겠다고 말했던 윤 대통령의 공약이 파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열린 5·18 기념사에서 각각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다",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라며 '헌법'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헌법 정신'조차 생략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1980년 5월, 광주의 그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되었다"면서 "성장과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해 '개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통령실 내부 기류도 '원 포인트' 개헌에 부정적입니다. 여권 관계자들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만을 위한 헌법 개정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2021년 11월 광주를 방문해 "(5·18 정신은)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키는 정신"이라며 "당연히 헌법이 개정될 때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 했던 발언과 배치됩니다. 
 
제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윤상원 열사 묘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 개원 직후 '개헌론' 재부상
 
대통령실이 원 포인트 개헌에 선을 긋는 사이, 여야 정치권에선 백가쟁명식 논쟁이 연일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야는 5·18 정신을 헌법에 기리는 것에 이견은 없어 보이지만, 개헌 방식이나 범위를 두고서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개헌이 실제 논의될지도 미지수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에 광주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약속했으니 지키게 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반드시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해내자"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사기죄보다 더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압박했습니다. 
 
조국혁신당도 개헌을 주장했는데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연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으려면 개헌 특위에 동의한다는 말을 해야 한다"라며 이 밖에도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 항쟁 헌법 전문 수록하자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대통령 중임제,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등을 포함한 7가지 헌법 개정 사항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도 포괄적인 개헌을 언급했습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대도 변하고 국민의 요구도 변했다"면서 "원 포인트 개헌보단 모든 것을 녹여내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처럼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사실상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개혁신당도 국민의힘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준석 당선자도 같은 날 "원 포인트 개헌으로 전문만 바꾸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제대로 된 개헌을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헌 논의를 이어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개혁신당 허은아 신임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지도부 회의에서 "현재 개혁신당이 4년 중임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개헌' 문제를 놓고 여야가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면서 제7공화국을 위한 개헌 논의는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선출 직후 '기계적 중립'을 택하지 않고, 민심과 당심을 받아들이겠다고 공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범야권에서 임기단축과 함께 개헌 논의를 쏟아내면서 윤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하·윤지혜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