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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윤 대통령,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발동…위헌 소지도(종합)
대통령 강경기조에 정부여당도 강경책 일관…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
"화물 노동자에게 내려진 계엄령"…"정부 논리대로라면 개인사업자, 영업 중단이 불법이냐"
2022-11-29 16:37:03 2022-11-29 20:02:16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2004년 관련법 제정 이후 화물연대에 내려진 첫 조치다. 윤 대통령은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형태로, 정부가 영업을 강제하게 돼 위헌 소지도 다분하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며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가 지난 24일부터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다"며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특히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 대해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파업 배후로 민주노총을 지목하며 강력한 경고도 내놨다. 그는 "화물연대뿐 아니라 지하철과 철도 등 연대 파업도 예고돼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 산하의 철도, 지하철 노조들은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 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는 조직화되지 못한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 개혁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화물연대의 자진 파업 철회와 현장 복귀를 촉구하며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정부도 모든 방안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서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파업 사태에 엄정대응 기조를 밝혔다.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노조원들이 안전 운임제 확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운송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차 불응 때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2차 불응 때는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돼 화물차 운행을 할 수 없게 된다. 업무개시명령은 이날 시멘트를 시작으로 정유와 철강 등 피해 규모가 큰 순서대로 발동될 전망이다.
 
노동계 파업을 대함에 있어 정부가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응주 화물연대 교육선전국장은 "28일 (정부와의)교섭 결렬 이후 30일로 다시 날짜를 잡아 놓았는데도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것은 교섭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강경 기조에 맞춰 국토교통부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집행에 돌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 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며 "국토부 공무원이 책임자가 돼 이 시간부터 바로 현장 조사 결과를 갖고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각지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명으로,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원 장관은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처벌에 더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역할도 보이질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간 민주노총에 대한 악의적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할 위원장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당에서도 민주노총에 대한 적대적 입장만 드러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민노총이 불법·탈법을 저질러도 처벌을 안 받는 시대는 지났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민주노총 눈치 보기 급급했던 과거 좌파 정부 덕에 대한민국은 민주노총의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권은 위헌 소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특히 업무개시명령은 내용과 절차가 모호하고 위헌성이 높아 2004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며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조건을 보면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상당한 이유' 등 추상적인 개념들이 가득해 임의적 판단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바로 그 예"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자 "화물 노동자에게 내려진 계엄령"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도 위반된다고 반박했다. 해당 조항에는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로서의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또 업무개시명령은 헌법 제15조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 "정부 논리대로면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며 "개인사업자가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어떻게 불법이며, 정부는 무슨 권리로 영업을 개시하라 마라 하느냐"고 따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업무개시명령 위헌 소지 여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은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때 발동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법에 따라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선 "업무개시명령은 말 그대로 명령이다. 수용할 수 있고 수용하지 않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그 점에 있어서는 국토부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향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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