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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회적으로 인정 못받아 커밍아웃을 못해요"
최영미 한국 가사노동자협회 대표
지난 5월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통과
"가사노동자 고용 길 터 놓은게 큰 성과"
"존중하는 마음·언어로 가사노동자 대해 줬으면"
2021-08-02 06:00:00 2021-08-02 06:00:0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사회가 가사노동자들의 업무를 이해 못하고 그냥 낮은 일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해 가족에게 조차 커밍아웃을 못해요."
 
최영미 한국 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가사노동자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가사노동자 업무를 하찮게 보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회원들에게 "직업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소속감 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을 때가 가장 힘들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가사근로자는 가구 내 청소, 세탁, 정리 등 가구원들의 수발을 하는 사람으로 가정부, 가사도우미, 가사돌봄관리사 등 시대에 따라 직업명이 조금씩 다르다. 아직까지 가사노동에 대한 정의와 역할은 명확하지 않다.
 
한국 가사노동자 협회를 이끄는 최 대표는 "학생 운동을 하다가 1997 IMF 당시 실업자 운동을 하며 50·60대 여성 노동자들이 1순위로 구조조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가사노동 문제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IMF 당시 대량실업의 위기 속에서 전국의 실업단체들이 만든 중장년 여성일자리 사업단에서 시작됐다. 2003년 '전국여성가사사업단 우렁각시'라는 조직으로 발전했고, 2012년에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권익 향상과 돌봄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창립됐다.
 
이 협회의 설립 목적은 돌봄분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력단절, 중고령 여성의 사회진출 지원 등이다. 또 돌봄노동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지위 향상과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돌봄서비스의 확충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의 이러한 노력에 1953년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가사사용인'을 적용 제외한 지 68년 만에 특별법 형태로 제정된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이 지난 5월16일 통과됐다.
 
최 대표는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통과의 가장 큰 성과를 "가사노동자들이 일단 고용될 수 있는 길을 터놓게 된 것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10년동안 싸움을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법안이 통과되고 정부 당국과 각 부처, 노조 등 관심을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가사근로자법의 후속과제로 크게 제공기관 확대 및 육성을 거론했다. 최 대표는 "가사노동자들이 정식으로 고용되고 안정적 노동을 영위할 수 있는 제공기관이 더 많아져야 한다"면서 "정부에 가사근로자 권리보장협 협동조합 육성 및 가사서비스 지역바우처 도입 등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가사노동자들의 개인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요양보호사 안전 교육이 필수인 것처럼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 키우기, 고객과의 대화 훈련 등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사노동자들을 대하는 국민에게 '가사노동자들은 내가 못하는걸 대신해 주는 조력자'구나라는 인식이 심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최 대표는 "내가 나중에 이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항상 가사노동자들을 존중하는 마음과 언어로 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영미 한국 가사노동자협회 대표가 지난달 27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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