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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모가디슈’,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질문의 해답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남북한 대사관 실화 배경…‘탈출·생존’ 주목
‘탈출’ 자체 주목된 영화적 목적성, 일부 등장 인물 존재감 ‘아쉬움’
2021-07-28 00:00:01 2021-07-28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영화는 실화다. 30년 전 아프리카 대륙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끔찍한 내전 속 남북한 공사관 직원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시절 대한민국과 북한 관계는 살벌했다. 일반인들은 그럴 기회도 없었지만, 간간히 해외에서 마주했던 외교관들은 빨갱이로 몰릴까 그리고 반동분자로 몰릴까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단다. 그 시절 대한민국과 북한은 서로에게 엄연한 이었다. 그런 시절 아무리 생사를 걸었다지만 서로를 믿고 총탄이 빗발치는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을 잡는 단 건 상상 불가다. 그 시절에는 대한민국에서도 북한에서도 믿기 힘들고 그랬다고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당시 그들은 손을 맞잡았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그리고 서로를 걱정했다. 지금의 우리가 처한 상황과 맞물리며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치게 한다. 영화적 설정이 아닌 실제였다. 30년 전 상황을 지금의 디지털이 담아냈다지만 ’(look)을 잡아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해냈다. 관객들을 그 시절 그 공간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데 또 그걸 해냈다. 2021년 디지털 기술이 만들었다. 믿기 힘든 남북한 공조가 실제였다. 그리고 그 감정을 스크린에 투사시켰다. 영화 모가디슈가 그걸 모두 해냈다.
 
 
 
모가디슈 1991년이 배경이다. 당시에는 대한민국과 북한 모두 UN비가입국이었다. 전 세계는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된 세력권 속 냉전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었다. 그 시기 UN의 캐스팅보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리카 국가에 있었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그걸 간파하고 각자 아프리카 국가와의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한민국의 주 소말리아 대사 한신성(김윤석)과 북한의 주 소밀리아 대사 림용수(허준호) 모두가 그런 외교전 최전방에서 섰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외교전에 북한이 발목을 잡고, 북한 외교전에 대한민국이 불쑥 끼어드는 모양새가 엎치락뒤치락했다. 가만있어도 서로에게 날 선 욕설을 던지고 두 눈에 쌍심지 켜던 시절이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터진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공을 들이던 소말리아가 내전에 휩싸인다. 반군 지도자는 정부군에 협력하던 모든 국가 외교관을 적으로 규정했다. 정부군과 반군은 더욱 더 격화된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서로가 서로를 쏘고 때려 죽인다. 길거리에는 시체가 뒹군다. 코흘리개 어린아이도 소련제 자동소총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다. 한신성 그리고 안기부에서 파견 나온 참사관 강대진(조인성)은 사력을 다해 탈출 루트를 찾는다. 이미 모든 통신은 마비다. 이런 악 조건은 북한 대사관도 마찬가지. 북한의 태준기(구교환) 참사관은 소말리아 정보원을 통해 탈출 루트를 잡아낸다. 하지만 정보원이 배신한다. 소말리아는 이제 죽고 죽이는 지옥이다. 생존만이 우선이다. 그건 대한민국 그리고 북한 대사관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소말리아 폭도들에게 점령된 북한 대사관을 두고 림용수와 태준기 그리고 대사관 식구들은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고민하는 한신성과 이들을 포섭해 기회를 잡으려는 강대진의 꼼수가 충돌한다. 하지만 고민도 꼼수도 살아남아야 가능하다. 남북한 대사관 식구들은 결국 손을 잡고 함께 탈출을 모색한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991년은 아직도 민주화 이전 공안정국 시기다. 한반도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프리카 한복판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외교관과 북한 외교관이 손을 잡고 탈출을 모색했단 점은 성공해도 문제, 실패하면 당연히 죽음뿐이다. 우선 실패하면 소말리아 반군 그리고 폭도들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한다. 성공해도 문제다. 냉전 시대 그리고 서슬 퍼런 공안정국 시대. 대한민국은 지금도 엄연히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정부의 적법한 승인과 절차 없이 북한 사람과의 접촉 자체가 불법이다. 북한도 마찬가지. 한 순간에 반동으로 몰리고 온 가족이 끔찍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살아 남은 이후 문제다. 그래서 모가디슈는 영화적 목적성을 분명히 정하고 달린다. 이 영화는 탈출에 대한 얘기다. 원제 역시 탈출이었고, 영어 제목 역시 ‘Escape from Mogadishu’.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런 점은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의 철저한 복기때문일 수 있다. 2017군함도를 연출하면서 데뷔 이후 가장 뼈 아픈 질타를 얻어 맞은 바 있다. 실존했던 역사를 전하면서 선택했던 오판을 재현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 느낌이 역력하다. ‘모가디슈가 실화이면서도 극화된 타입의 아우라가 강한 이유는 앞선 실패에 대한 강박처럼 다가온다. ‘모가디슈는 등장 인물이 많다. 모두가 기능적이면서도 장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필수적기능으로만 작동할 뿐이다. 인물을 위한 충분적장치 역할은 배제시킨다. 실화가 가진 감정의 울림을 전작 군함도에선 대사와 인물에게 각기 배분시키며 조율의 균형을 스스로에게 체득시킨 바 있는 류승완 감독이다. ‘모가디슈에선 이런 점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이유가 인물보단 목적 자체인 탈출을 부각시키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런 점은 예상 밖으로 사건을 따라가는 영화와 인물을 따라가는 영화 모두에서 의도치 않은 단점을 드러낸다. 누구 하나 이름 값 떨어지지 않는 출연 배우 라인업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 모두가 너무도 극화된 인물로서만 소비되기에 관객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각자가 그 힘을 조금씩 나눠 가진 채 모든 것을 탈출에만 의존해 관객들에게 끌려오라부탁하는 느낌이 강하다. 주요 인물과 주변 인물 모두가 뚜렷한 캐릭터성을 부여 받지 못하고 탈출자체에만 의존해 따라간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관객이 보고 즐길 수 있고, 흥미를 더할 요소도 많다. 그럼에도 의외로 무게감이 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물이 아닌 탈출이란 행위 자체가 목적이다 보니 관객이 감정을 투영시킬 대상이 흐릿해져 버린 이유다. 인물 가운데 일부는 성격까지 부여 받지 못한 채 소비적으로만 기능될 뿐이라 더욱 이런 색채가 두드러진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런 단점 속에서도 모가디슈의 지향점은 극장용이란 뚜렷하고 확고한 틀을 선보였단 점이다. 아나모픽 렌즈로 구현된 디지털의 필름 아우라는 시대를 이끌어 냈고 시간을 역행시킨다. ‘모가디슈 100% 로케이션 지역으로 선택한 모로코의 한 낮 자연광은 디지털 카메라가 담아낼 수 있는 빛의 총량을 넘어선다. 수용 이상 광량으로 폭발한 영상을 압축시키는 효과를 가진 아나모픽 렌즈가 담아낸 비주얼은 모가디슈가 지향한 시대의 룩을 담아내는 데 충분히 성공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는 절반 이상의 성공과 절반 이하의 아쉬움이 공존한다.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질문에 거의 완벽한 답변이 모가디슈. 반면 목적성에만 의존하다 보니 관객을 설득시킬 도구를 총탄이 빗발치는 내전 한 복판에 내팽개치고 달아난 느낌이다. 대부분을 얻었지만 아주 작은 몇 개를 잃은 모가디슈. 7 28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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