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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업계, 완성차와 '합종연횡'…리스크는 없나
합작법인 방식, 안전한 수급망 갖춰 단기적으로 '윈윈(win-win)'
자동차사, 배터리 연구 개발 투자 확대 속도…기술 격차 좁힐 가능성↑
2021-06-24 06:05:19 2021-06-24 06:05:19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배터리사와 합종연횡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부분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망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당장 배터리 업계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자동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지만 자동차사의 배터리 독립이 이뤄지면 배터리 업체에는 '현실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포르쉐가 전기자동차(EV)용 고성능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독일의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업체인 커스텀셀과 합작법인 셀포스 그룹을 설립했다. 사진제공=포르쉐코리아
 
2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를 시초로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포르쉐·볼보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독립 선언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위함이다.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가운데 자체 조달을 통해 배터리 물량 부족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오는 2023년부터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7%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의 경우 전기차 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내재화에 성공할 경우 가격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사와의 합작법인(JV) 설립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최근 스웨덴 볼보자동차그룹은 21일(현지시간) 자국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와 합작해 연간 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중국 지리홀딩스가 인수한 볼보는 오는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세웠다. 같은 날 포르쉐는 독일 리튬이온 배터리 전문업체 커스텀셀의 지분 83.75%를 확보해 합작법인 '셀포스 그룹'을 설립했다. 포르쉐는 합작사를 통해 2024년부터 주문형 고성능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 솔루션과 제너털모터스(GM) 합작사 '얼티엄 셀즈'의 골조 공사 현장. 사진/GM
 
배터리 회사 입장에서도 확실한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합작 설립에 적극적이다. 일찌감치 국내 배터리 1위 업체 LG에너지솔루션(LGES, 분사 전 LG화학(051910))은 미국 완성차 1위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지난 2019년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35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 중이다. LGES은 현대차(005380)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도 지난달 미국 완성차 2위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세웠다. 양사는 연산 60GWh의 규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약 6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자동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장기적으로 배터리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배터리사들은 배터리 제조 관련 기술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의 완전한 내재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동차 업체가 기술력을 확보한 순간부터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 모든 것을 수직계열화하는 방식으로 직접 생산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합작사 설립을 통해 배터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배터리 기술 관련 연구에 직접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추세인 만큼 추후 작은 전지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포드의 경우 지난 4월 리튬 이온 및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소 설립에 1억8500만달러(한화 약 2060억원)를 투자했다. 포드 배터리 연구소는 우선 파나소닉, LGES, SK이노 등 협력사를 통해 공급받는 배터리 제품 테스트와 검수, 벤치마크 등 협력 업무를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배터리 기술 개발과 특허, 외부 합작 개발 등 포괄적인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또 합작사 운영 과정에서 주도권을 누가 어떻게 쥐고 있느냐에 따라 최악의 경우 배터리 핵심 기술을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등 4개 장비 업체가 거의 독점하고 있지만, 배터리는 중소형 장비 업체가 많은 만큼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낮다는 분석도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합작사 운영과 협업 과정에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한 기술 공유는 일어날 수 있지만 산업 성숙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 입장에서 한 번 잡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자동차 제작사와 협업은 배터리 제조사의 경험치도 깊게 하는 만큼 폐쇄적인 접근법으로는 자동차 산업과 기술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런 기술 공유를 통한 유출을 두려워 말고 협업을 확대하며 배터리 기술 고도화와 안전성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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