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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수소' 체질 전환 잰걸음
현재 85% 육박 정유 매출 2030년까지 40%로 축소 추진
블루수소·화이트 바이오·친환경 화학·소재 비중 70% 확대
2022년 목표로 주식시장 상장 재추진 나서
2021-06-16 06:04:18 2021-06-16 06:04:18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유업계 후발주자 현대오일뱅크가 석유화학과 수소 등 신사업을 확장하며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른만큼 기존 정유 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수익성 높고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부문에 힘을 실어 친환경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탈탄소 전환 흐름에 따라 주력인 정유사업 대신 석유화학과 수소사업 등 비정유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현재 85%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40%대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은 에너지 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외부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정유 사업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원유를 정제해 납사를 석유회사에 판매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납사를 통해 고부가가치 석화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제품 영역도 아로마틱 계열에서 나아가 화학사들이 주로 생산하던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까지 확대하는 등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011170)과 세운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충남 서산 석화단지에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을 건설 중이다. HPC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중질유 등을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로, 양사는 해당 프로젝트에 2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오는 8월 말 본격 생산에 돌입해 연간 에틸렌 85만톤, 프로필렌 50만톤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HPC프로젝트가 본격화할 경우 회사의 수익성은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HPC를 통해 배터리 분리막 소재는 물론 태양광 패널 소재인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석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소재 부문을 강화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를 통해 연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료/현대오일뱅크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30년까지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등 3대 미래 사업 영업이익 비중을 70%로 높일 계획이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로 수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활용해 만들어진 수소로, 친환경성·경제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4일 대산공장 내 수소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국내 최대 액체 탄산 제조업체 신비오케미컬에 연 20만톤 규모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연간 10만톤(t)에 이르는 블루수소를 수소충전소와 연료 전지 발전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판매 인프라 확충을 위해 내달 대산공장에 블루수소를 차량용 연료로 개질하는 고순도 정제설비도 구축한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탄소포집·활용(CCU) 기술을 활용해 100% 이산화탄소가 제거된 블루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2040년까지 수소충전소 300개, 2023년까지 전기충전소 200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 글로벌 수소 생산량 1위기업 에어프로덕츠와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에어프로덕츠가 보유한 수소 제조기술을 활용, 저렴한 원유 부산물과 직도입 천연가스로 수소를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만들어진 수소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자동차나 발전소에 공급된다.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도 같은 달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수소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주식시장 상장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해진 데다가 공모시장 활성화로 기업공개(IPO)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정유 업황 개선 흐름과 하반기 HPC 상업 가동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 IPO를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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