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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벤처시대 우리가 연다)"내 꿈은 구글·MS 뛰어넘는 글로벌기업"
①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올해 사상 최대 매출 기대"
2010-07-05 06:00: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문경미·나윤주기자] 지난 5월 국내 벤처기업이 최초로 2만개를 돌파하면서, 바야흐로 '2만 벤처시대'에 접어들었다. 업체수로만 보자면 벤처기업제도라는 게 도입된 지난 1998년 이후 약 12년만에 외형이 10배나 커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세계 10대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견인차 구실을 했다고 평가받는 벤처기업들. 이들이 앞으로는 우리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대표적 벤처기업 CEO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어본다. 벤처기업협회와 공동으로 이제 '창업' 단계를 넘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며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하는 10개 기업을 뽑아, 매주 1개씩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위인 전기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20여년 동안 한 기업의 대표로 지낸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왜 사업가가 되기를 결심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것도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려면 세상에 긍정적인, 좋은 변화를 이뤄낸 사람이 돼야겠죠. 그래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하필 사업이었을까. 역시 선생님의 역할이 컸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영향으로 마르크시즘, 자본주의,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세상을 바꾸는 건 역시 경제 이데올로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세상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도 하게됐었는데, 긍정적인 진보,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사업가의 꿈으로 이어졌고,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창업 준비를 했습니다."
 
◇ "신뢰와 존경 받는 기업이 되자!"
 
대학 3학년. 그는 정말 '창업'을 했다. 학교 친구 4명과 '21세기'라는 한글워드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프트웨어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3년 10월, 이스트소프트를 설립했다.
 
20대의 벤처사업가. 결코 쉬운 역할이 아니었다. 1997년 IMF가 오기도 전에 직원 월급 못 주고, 세금 못 내고, 전기 끊기고, 카드 돌려막는', '돈이 없어서, 회사가 작아서, 나이가 어려서, 학벌이 출중하지 못해서 겪는, 그야말로 온갖 서러움'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졌다.
 
그의 경영철학은 하나다. "단순히 '돈 많이 버는 기업'이 아니라, 투명하고 건전한 기업경영을 통해 '신뢰와 존경 받는 기업'으로 성장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벤처 창업 17년만에 250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대표로 성장했는데도, 여전히 20대 벤처 창업가의 모습으로 매 순간 활기찬 반응을 보였다. 특유의 긍정적 태도와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나이를 무색케하는 희끗한 앞머리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알시리즈'로 대한민국을 사로잡다
 
'알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스트소프트는 알집, 알툴즈, 알약, 알씨 등 알 툴즈 시리즈 6개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상위권의 안정된 소프트웨어 회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회사 규모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100여명의 직원을 추가로 채용했다.
 
'사람만이 대안'이라는 김 대표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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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본질 자체가 좋은 사람을 통해 성장하는 회사입니다. 좋은 사람이 오고 싶은 회사를 만들려면 급여만 좋아서는 안됩니다. 환경도 좋아야 하고 소속된 임직원들에게 자긍심도 줄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가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스트소프트는 크게 3가지 사업부문을 축으로 하고 있다. 알집과 알약을 앞세운 인터넷소프트웨어사업, 인터넷디스크와 비즈하드를 주축으로 한 비즈니스소프트웨어사업, '카발온라인'과 '하울링쏘드'로 대표되는 게임소프트웨어사업 등이다.
 
특히 '글로벌 소프트웨어 컴퍼니'라는 말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이스트소프트의 꿈이 응축돼 있다.
 
이미 지난 2007년 일본에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는 소프트웨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스트소프트는 자신감을 가지는 대목은 국내와 세계시장을 동시에 겨냥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2종의 소프트웨어가 각각 이달과 내년 초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지난해 다져놓은 내실이 하나하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라며 "하반기 여러 신사업과 신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제품과 사업의 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아마도 시장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김장중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회사소개 부탁드린다.
 
▲ 우리 회사는 1993년 설립된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다. IMF를 거치면서 체질개선이 한 번 됐고 그 이후에 게임소프트웨어, 인터넷 소프트웨어로 사업이 확장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상위권인 안정된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자리 잡았고, 세계 시장 진출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국내보다는 매출이 적고, 게임 부분에 한정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 회사가 주력하는 소프트웨어 그룹들에 대해서는 이제 시작이다.
 
- 하반기에 새 제품이 나올 거라고 했는데.
 
▲ 하반기에 나오는 제품들은 국내 시장에서 먼저 출발한 제품도 있고, 해외 시장에서 먼저 출시 준비하는 제품도 있다. 국내시장에서 출시 예정인 상품은 서비스형 제품,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이 연계된 서비스 형태의 제품이고,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든 업무용 소프트웨어 하나가 출시된다.
 
- 올해 매출은 얼마나 예상하나.
 
▲ 지난해에 250억원 가량을 했고, 그 전년도에도 250억원 가량 했는데, 사실 2009년은 성장이 좀 정체된 시기였다. 금융위기도 있었고 지난해 예정됐던 신제품 출시가 지연된 탓도 있었다. 올해는 금융위기도 지나간 상황이고 알약 2.0을 지난해 하반기 출시해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어 올해 300억원 초반 대 수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 최대 매출을 낸 건 2008년?
 
▲ 그렇다. 2008년보다 2009년 매출이 조금 줄었다. 올해 매출 가이던스는 310억원 정도로 냈다. 예상대로라면 올해가 설립이후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2008년 수준이 될 것 같다. 2008년에 투자를 굉장히 많이 확대했고 그래서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소폭 감소했는데, 그게 2008년에 영업이익률이 너무 높아서였다. 영업이익률이 40%대에 육박하는 건 우리같은 회사로서는 투자를 제때 못했다는 것이다. 이익을 나는 걸 대주주나 오너가 배당을 통해 회수해 가는 구조의 회사는 아직 아니다.
 
- 그렇다면 배당은 언제쯤 할 계획인가.
 
▲ 배당은 이제껏 한 번도 안했다. 우리가 아직 성장하는 회사여서 이익이 나면 주주에게 되돌리기 보다는 재투자로 돌리는 게 장기적으로 주주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이익을 재투자하는데 모자라지 않을 만큼 되고, 여력이 생기면 배당도 같이 하려고 한다.
 
- 그 시기를 언제로 보는거냐.
 
▲ 그걸 밝히는 건 공시 위반이다. 향후 2년 내에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 아이폰 도입 이후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오고 있는데.
 
▲ 창업준비부터 19년 정도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고 있는데, 큰 변화의 시기가 2번 있었다. 첫번째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출현이다. 그 다음 변화의 시점이 초고속인터넷이 일반에 보편화된 것이다.
 
이제 모바일 인터넷이 보편화되는 또다른 변화의 시기가 온건데, 이런 변화가 우리처럼 소프트웨어, 컴퓨터 또는 컴퓨팅 디바이스라고 하는 기기에서 작동하는 기기를 만드는 우리같은 회사에겐 큰 기회가 되기도 하고, 큰 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확대될 거라고 예측을 하고 사전에 준비해 왔다. 현재 우리가 하는 사업이 커질 수 있도록 환경,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점이고, 이게 우리한테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언제부터 어떤 준비를 해온건가.
 
▲ 사실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건 몇 년 전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에 휴대인터넷 개념으로 소개해 작동은 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모바일 인터넷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공급하는 시장이 막혀 있었던 점이다. 통신사의 선택에 의해 소프트웨어가 일반에 배포되느냐가 결정되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스마트폰 확대로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휴대폰에 들어가는 OS라는 플랫폼 소프트웨어 회사와의 헤게모니에 변화가 왔고, 애플이 이를 주도했다. 그 덕분에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통신사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팔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예상하고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을 계속 축적해왔다. 그동안 제품 출시를 안한건, 내놔봐야 소비자의 선택으로 성패가 가려지는 게 아니고 통신사의 선택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준비했던 것을 펼칠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스마트폰 시장 비율 자체가 전체 모바일인터넷 시장에서 비중이 작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 늘수록 우리에게도 기회가 커질 것이다.
 
- 자회사 중 엠티엔미디어가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고 들었다.
 
▲ 그렇다. 엠티엔미디어가 '애드로컬'이라는 광고플랫폼 사업을 한다. 시스템 개발은 이스트소프트가 하고 있고,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회사다.
 
- '로컬'이 붙은 걸 보면 지역기반 광고인 건가?
 
▲ 애드로컬과 유사한 솔루션이 구글의 '애드몹'이다. 애플은 또 쿼트로라는 회사를 인수해 '아이애드'라는 걸 만들었다. 아이폰4에 아이애드라는 광고플랫폼이 내장된다. 이것과 유사한 형태의 모바일 광고, 지역광고를 포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애드로컬이다.
 
사용자의 지역 위치에 따라 그 위치와 관련된 광고가 나오는데 이게 인터넷에서 이미 팔리고 있고, 알약, 곰TV 이용자들은 이미 지역광고를 보고 있다. 이를 스마트폰으로 확장하는 사업이고, 그동안 준비해오던 걸 곧 발표하게 되는거다.
 
- 경쟁사는 없나?
 
▲ 모바일광고 플랫폼 만드는 회사가 몇 개 있는데, 우리보다 작은 규모고, 특히 중요한 건 이들이 다른 곳의 광고 플랫폼에서 매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광고주들이 있어 수익을 내고 있다.
 
애드몹하고 경쟁해야 할텐데 지역으로 분할돼 있어 상대적으로 광고비가 싸고 애드몹과 달리 국내 광고주를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국내시장에선 애드몹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고 보면 된다.
 
- 관련 매출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 예측치를 말하자면, 모바일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는 올해까지는 제로에서 출발한다. 내년부터 중요한 신규매출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모바일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 그 대상 시장이 전세계라는 게 가장 큰 차이다.
 
- 엠티엔미디어 외에도 계열사가 4개나 더 있다.
 
▲ 그 중 2개가 해외법인으로 일본과 미국에 있다. 일본에 현지법인이 설립된 지 이제 2년 반 됐다. 그동안 일본시장에 대해 학습했다. 일본은 비즈니스 문화나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 미국, 유럽과도 또 달랐다.
 
현재 4개 중견 유통기업과 계약해 영업 중이다. 일본 법인은 5명 직원으로 2명이 한국인이고, 3명은 일본인이다.
 
- 미국 법인 상황은 어떤가.
 
▲ 미국은 아웃소싱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 현지 아웃소싱 기업 3군데를 묶어서 현지 사업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한국 본사에서 미국 비즈니스팀이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LA에 사무실이 있다. 2월에 법인을 설립했고 4월에 퍼블리싱하던 게임서비스를 자체 서비스로 전환해 이 서비스를 다듬는 작업을 한창 하고 있다. 
 
- 일본과 미국에 대한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일본은 7000만엔(원화 약 9억원), 미국은 200만달러(24억원) 수준이다.
 
- 이스트소프트의 현재 매출액 중 게임이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데, '카발온라인'이 선전하고 있고, 올해 3월에 '하울링쏘드'가 출시됐다. 게임 쪽 상황은 어떤가.
 
▲ 2005년에 출시한 카발온라인은 회사 전체 매출 비중의 60%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또 60%가 국내 매출, 40%가 해외매출이다. 12개 파트너사를 통해서 60개국 정도에 서비스하고 있다. 카발 온라인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이유는 해외매출 때문이고, 국내매출을 다른 소프트웨어쪽과 비교하면 다른 사업이 더 비중이 크다.
 
- 올해 출시한 '하쏘'는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다.
 
▲ 지방선거와 월드컵 등의 영향으로 신규게임을 런칭해서 프로모션하는 데 장애가 많았다. 그런데도 오픈을 한 건 하울링쏘드도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특히 일본에서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오픈해 운영경험을 쌓고 시장 피드백을 받아서 업데이트 한 후에 일본, 미국 시장에 순차적으로 오픈하려고 한 것이다.
 
일본, 미국 등 스케쥴 짜여 있어서 한국 오픈을 미룰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 매출이 중요한 지표가 될 것 같다.
  
- 일본에서 목표 매출액은 어느 정도인가.
 
▲ 하울링쏘드 매출 비중은 가이던스에서 크지 않다. 내부 정서상 변동폭이 큰 경우 보수적으로 잡아 예측한다. 일본의 경우 200만달러에 계약했다. 3년간 계약에 들어간 가격이고 200만달러 이상 못 벌면 그만큼이 보장된 수익이다. 그러면 1년에 66만달러는 확보된 것이니, 8월에 오픈하면 4개월 잡고 22만달러 정도는 확보된 매출일 것으로 본다.
 
- 게임분야에서 다른 계획은 없나.
 
▲ 하울링쏘드 반등을 위한 작업을 준비해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채널링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리고 카발온라인2가 개발 중이다. 이 게임은 기대감이 사실 큰 편인데 카발온라인 전세계 누적 가입자수가 2500만 정도 된다. 한국이 300만명 정도니 해외 유저가 훨씬 많은 거다.
 
러시아나 중국의 경우, 카발온라인의 해적 사용자가 굉장히 많다. 러시아는 올초 정식 오픈하면서 해적사용자가 정식 이용자로 거의 전환됐고, 중국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카발온라인2는 액션, 조작성이 떨어지는 MMO의 단점을 보강했다. 해외에서 훨씬 기대가 높은 게임이다. 최근 열린 'e3'에 가서도 클로즈하게 주요 퍼블리셔들만 상대로 쇼케이스를 했다. 카발 온라인2를 소개했고, 올겨울, 연말이나 내년초 쯤 클로즈 베타 또는 국내 유저나 글로벌 유저 대상의 온라인 쇼케이스가 있을 예정이다.
 
- 최근 다음이 이스트소프트의 지분 일부를 확보했는데, 다음과의 제휴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 매우 포괄적인 제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경영진과 나의 판단은 우리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이 갖춘 것 중에 우리에게 필요한 게 있고, 다음측도 마찬가지다. 서로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소프트웨어 서비스 관련 경험이 많다. 애플리케이션에 광고를 심어 무료로 보급하는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해왔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 경험은 현재까지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은 PC를 통한 인터넷, 모바일 통한 인터넷이 믹스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대세가 될 것이다.
 
다음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우리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서로가 중복 투자하지 않고 서로의 역량을 제공해 각각 필요한 섹터에서 최선의 성과를 얻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다.
 
- 가벼운 화제로 넘어가 보자. 드물게도 대학 재학중에 창업을 결심했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 창업을 결심한 건 이미 중학 2학년 때였다. 과학자, 물리학자라는 꿈을 꾸다가 사업가, 그 중에서도 소프트웨어 사업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내가 애플2 PC를 가지게 된 게 계기였던 거 같다. 이 PC는 부모님이 전교 10등 안에 들면 사주겠다고 약속해 받은 거였다.
 
 
- 왜 사업가였나?
 
▲ 복잡한 얘긴데, 나름 꿈이 컸고, 반드시 위인전기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세상에 긍정적인, 좋은 변화를 이뤄내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한 기회에 마르크시즘, 자본주의,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사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의 하나였다. 선생님들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듣다가 '세상이 바뀌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경제 이데올로기구나'라는 생각을 한 것이 또다른 계기가 됐다.
 
긍정적인 진보,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사업가로 이어져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창업 준비를 계속 하게 됐고, 2학년 때 친구들을 모아 3학년때 사업을 시작(93년법인)했고, 4학년 때 휴학을 하고 법인을 설립한 거다.
 
- 어린 나이의 창업이라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 사업을 하면서 겪는 거의 모든 종류의 어려움을 다 겪었다. 직원 월금을 못 주고, 세금 못 내고, 전기 끊기고, 카드 돌려막고, 현금 서비스로 직원 월급 주고…. 돈 없어 겪는 서러움 말고, 회사가 작아서, 나이가 어려서, 학벌이 출중하지 못해서 겪는 서러움도 컸다. 이런 게 다 약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겪어봐야 할 어려운 환경을 IMF 전에 다 겪어봤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오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우리와 똑같은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고생을 많이 해본 내가 더 생존력이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때부터 회사가 나아졌다. 알집이 99년 초에 개발됐고, 인터넷디스크, 비즈하드, 시큐어디스크 등이 98년부터 준비에 들어가 99년에 출시됐다.
 
- 처음 창업 때 '히든카드'라고 할만한 제품은 뭐였나.
 
▲ '21세기 워드프로세서'를 학생 때 개발해 누가 판권을 사겠다고 해서 개인 회사 만들어 판권 계약을 한 게 첫 제품이다. 이 자본금으로 법인 설립한 게 93년이었다. 벤처기업이라는 개념이 사실 별로 없을 때였다. 벤처 기업 관련 법률이 99년에 제정되고 벤처 인증제도가 생긴 게 99년도였다. 나도 당시 이런저런 혜택을 준다기에 인증을 받았다.
 
- 코스닥 등록이 2008년이었는데, 상장이 늦은 거 아닌가.
 
▲ 코스닥 등록이 목표는 아니었다. 코스닥 등록은 회사를 키우기 위한 과정으로 첫 단추 정도로 봤다.
 
- 지난 금융위기 때 오히려 직원을 100여명 정도 더 뽑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 초기 창업멤버는 한 명이었고, 98~99년 IMF를 거치면서 멤버가 다시 구성됐는데 그 멤버가 현재 이사회, 본부장들이다. 우리는 직원을 신입사원 위주로 뽑는다. 이게 우리 회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채용기준도 가진 실력보다 얼마나 더 크게 성장할 것인가하는 성장성에 두고 있다. 명문대 출신 등의 스펙보다 '태도'를 중요하게 본다는 얘기다. 일을 바라보는 태도,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 이런 것들이다.
 
- 벤처는 비전을 먹고산다고 한다. 이스트소프트의 비전은 뭔가.
 
▲  '글로벌 소프트웨어 컴퍼니'가 우리의 비전이다. 사실 창업할 때 꿈꾼 것이고, 중학교 때 꿈꿀 때도, 대학교 때 창업할 때도 소프트웨어 사업이라면 글로벌 회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따라잡는 동안 그들은 또 뛰어가더라. 그래도 여전히 다른 분야보다는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 벤처창업자로서,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은 어떤건가.
 
▲ 회사 사장으로서는 당연히 아주 크고 존경받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다. 회사의 존재 자체가 세상에 긍정적인, 선한 역할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00년, 200년 갈 회사를 만드는 게 내 꿈이다. 회사의 존재 자체가 세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일차적인 목표고, 그 다음에 사회에 환원도 할 수 있다. 그런 목표를 잘 이룬다면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위인전기에 나오는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진행 =문경미 기자 / 정리 = 나윤주 기자
 
뉴스토마토 문경미 기자 iris06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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