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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의 유통직썰)허창성 삼립 명예회장 작품 '호빵'…50년 스토리 살펴보니
일본 거리서 발견한 찐빵에서 영감…귀국하자마자 직속 연구팀 구성
젊은 소비자층 겨냥 다양한 맛 승부…누적 판매량 60억개·가격은 부담
2020-12-01 00:00:00 2020-12-01 00:00:00
 
[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 "찬바람이 불어와~ 호호호호 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 TV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삼립호빵'의 CM송을 들으며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했던 기억 있으신가요? 
 
1970~19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추운 겨울 동네 구멍가게 앞에 빙글빙글 돌아가던 원통 찜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 안에서 침샘을 자극하던 호빵은 봉긋한 모양을 뽐내며 독특한 발효향을 흩날리고 눈과 코를 자극해 그냥 지나치기 힘들 정도죠. 이렇게 호빵은 매년 겨울이면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찾는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호빵이라는 명칭은 '뜨거워서 호호 불어 먹는다',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 먹는다'라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단팥 호빵에서 시작해서 2000년대에는 피자, 고구마, 단호박, 김치, 불닭 등을 내놓으며 호빵 속 재료의 무한 변신 가능성을 증명해 주었죠. 최근엔 ‘연유 단팥 호빵’, ‘치즈 피자 호빵’, ‘꿀씨앗 호빵' 등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해 다채롭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호빵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돼 겨울철 대표 국민간식으로 자리 잡은 걸까요.
 
호빵이 출시된지도 무려 50년이나 됐다고 합니다. 호빵의 기원은 과거 분식집에서 판매하던 '찐빵' 이었습니다. 이 찐빵을 가정에서도 쪄 먹을 수 있도록 제품화한 것이 호빵입니다. 호빵은 밀가루 반죽 속에 팥이나 채소 등을 넣고 쪄서 먹는 빵인데요.
 
일본 승려가 중국에 만두를 일본식으로 만들어 '찐빵'으로 불렸으나 다시 우리나라에서 '호빵'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고 하네요.
 
일단 찐빵과 호빵이 비슷하게 생겨 헷갈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찐빵은 김에 쪄서 익힌 빵으로 대체로 빵 아래 붙은 종이가 없습니다. 호빵의 경우 찐빵의 상표명으로, 빵 아래 회사의 상표를 부착했습니다. 
 
국내에 호빵이 출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삼립식품 창업자인 허창성 명예회장의 연구와 개발 덕분입니다. 허 명예회장은 1960년대 '크림빵'을 대히트 시키면서 한국 빵 산업을 한 단계 도약 시켰던 인물입니다. 허 명예회장은 크림빵 성공 이후 제빵업계의 비수기인 겨울철에 팔 수 있는 제품을 연구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당시 일본 거리에서 판매하는 찐빵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귀국하자마자 직속 연구팀을 꾸리게 되는데요. 
 
허 명예회장은 1년 동안의 연구, 개발 끝에 마침내 1971년 국내에 호빵을 출시하게 됩니다. 1봉에 5개가 들어가 있던 '삼립호빵'은 처음에는 구매 후 가정에서 쪄먹는 제품으로 출시됐다고 합니다.
 
국내 1호 겨울철 빵인 호빵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호빵의 가격은 당시 빵 값인 5원보다 4배나 비싼 20원이었음에도 빵 판매원들은 서로 호빵을 판매하려고 공장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그해 호빵의 최대 출고 기록은 하루 160만 개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호빵의 인기가 날로 치솟자 SPC삼립은 서울 가리봉동 공장의 호빵 생산라인이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갔고, 사무직원들까지 제품 포장에 동원될 정도였다고 하네요.
 
매출 상승에는 허 명예회장이 자체 개발해 배포한 ‘호빵 판매용 찜통’이 한몫했습니다. 허 명예회장 호빵 출시 당시 촉촉한 식감과 따뜻함을 유지해주는 '찜통' 개발에 전념한 끝에 소매점에 찜통을 배포했죠. 전자레인지가 없던 시절 가게 앞쪽에 배치된 호빵 찜통은 지나가던 소비자의 식욕을 자극해 판매 증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호빵의 광고도 오랜시간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가수 김도향이 노래하는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 삼립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라는 가사의 광고 배경곡은 1978년 2월 동아방송 대상과 문화방송 광고대상에서 특별상인 노래 광고상을 받았고 호빵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1980년대 이후 호빵 매출은 정체기를 맞았는데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삼립은 1990년대 청춘 스타였던 배우 최수종을 광고모델로 발탁해 다시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합니다. 올드하고 시대에 뒤처진 듯한 느낌의 호빵 이미지를 세련된 것으로 바꾸려는 시도였습니다.
 
SPC삼립에 따르면 올해로 출시 50년을 맞은 호빵은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 60억 개를 돌파했고 연평균 1억3000만 개를 팔았습니다. 이는 매년 겨울철 국민 1인당 호빵 2.6개씩 먹은 셈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판매된 호빵을 나란히 늘어뜨리면 지구를 약 15바퀴 돌고, 위로 세워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을 약 1만7000번 왕복할 수 있는 높이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올해도 이른 추위로 ‘삼립호빵’의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호빵의 가격이 여전히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빵의 직경은 10cm, 중량 90그램으로 호빵의 규격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출시 당시부터 일반 빵 가격보다 비싼 20원으로 출발한 호빵의 가격은 현재 개당 1000원을 훌쩍 넘겨 부담이 된다는 게 소비자들 반응입니다. 
 
현재는 호빵이 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할인점과 편의점에서도 팔리고 있고 삼립식품뿐만 아니라 샤니, 롯데제과 등의 업체도 호빵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옛날처럼 웬만한 구멍가게에서 호빵 찜기를 찾아보기도 어렵습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단팥 호빵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의 입맛도 변하고 호빵도 변했습니다.
 
이에 SPC삼립도 식생활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계속 진화 중입니다. 전통적인 단팥과 야채 호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구마, 꿀씨앗, 불닭 등의 다양한 맛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립은 50년간 축적한 기술 노하우로 SPC그룹 특허 토종 유산균과 우리 쌀에서 추출한 성분을 혼합해 개발한 '발효미 종'을 호빵 전 제품에 적용해 호빵의 쫀득하고 촉촉한 식감을 강화하고 풍미를 높였습니다.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연유 단팥 호빵', '치즈 피자 호빵', '꿀씨앗 호빵', '사천짜장 호빵' 등 이색 제품도 출시됐습니다.
 
집밥·혼밥 문화 확산에 따라 간편하게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만두형 호빵'도 등장했습니다. 올해는 50주년 한정판 제품으로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이천쌀 호빵', '공주밤 호빵' 등을 개발해 선보였습니다. 코로나19, 장마와 태풍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가들을 지원하고 상생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네요. 
 
SPC삼립 관계자는 "삼립호빵이 겨울철 간식으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비결은 맛과 품질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조화됐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개발과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빵의 판매량.사진/뉴스토마토
 
김유연 기자 9088y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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