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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알고리즘 공정한가'/국감서 집중추궁
이해진, 3년만에 국감 출석/"상생 노력하겠다" 답변/알고리즘 책임 "논의 중" 밝혀
2021-10-21 17:47:28 2021-10-21 18:16:56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장에 네이버·카카오 창업자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플랫폼 기업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를 감사하는 과방위에서 독점·불공정 등 문제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줄곧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대신 내보내던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3년만에 국감장에 섰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정무위원회(정무위)·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국감 출석이다.  
여야 의원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플랫폼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며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공짜 서비스를 하다가 점유율이 올라가면 수수료를 올려서 다시는 수수료가 내려오지 않는다"며 "손익분기점이 넘으면 수수료를 낮춰야 같이 살아갈 수 있고 외국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 수수료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설명하라"고 물었다.  
이해진 GIO는 "저희가 매출이 커졌다고 수수료를 더 받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진입하는 분들을 위해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있다"며 "혹시나 더 낮출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 GIO는 이어 "최근 매출이 많이 느는 것은 기존 쇼핑이나 광고가 아니라 신기술 부분이나 해외 매출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며 "기존 사업에서 짜내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범수 의장은 "플랫폼 구축 초반에는 투자나 여러가지 이해 관계자를 조율하는데 문제점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며 "플랫폼 생태계가 어느 정도 구축된 이후 수수료나 그 속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좀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데 적극 동의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어 인수·합병(M&A)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며 독점력을 키워간다는 의견에 "글로벌 기업의 엄청난 규모와 인력에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반론을 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 공정성에 대한 질의도 집중됐다. 포털 뉴스 배치나 검색 노출 순위 등 알고리즘이 작용하는 서비스들이 국민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AI나 알고리즘이 내리는 의사결정과 영향의 책임을 개발자에게, 사용자에게 혹은 AI나 알고리즘에게 둘지 고민된다"며 알고리즘 책임 주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의원들의 질문에 두 의장 모두 책임 주체를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김범수 의장은 "알고리즘은 내부의 합의가 없으면 리더도 쉽게 터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해진 GIO는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숙제이며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하고,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며 "외부와 함께 객관적인 검증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 생각해 뉴스 알고리즘은 외부 4개 학회와 검증 과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GIO는 "뉴스 영향력을 미치는 곳은 다음과 네이버도 있지만,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더 많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도 페이스북의 내부 알고리즘 폭로에 대해 언급하며 "플랫폼 기업도 최소한 알고리즘 추천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 모두 영향력이 커진 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했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은 최근 플랫폼을 향해 쏟아진 규제 강화 의견과 관련해 '역차별'을 주의해달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과 이통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과 아직 격차가 큰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에만 규제가 가해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문제를 거론하며 "네이버와 카카오가 매년 통신사에 700억 내기 1000억 수준의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고 들었다"며 관련 의견을 물었다.  
이해진 GIO는 이에 "저희 망을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해외 기업도 같이 비용을 내는 게 공정경쟁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 GIO는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질의에서도 "제가 느끼는 국내 시장은 네이버·카카오의 독점이라기보다 유튜브·인스타그램·넷플릭스·틱톡까지 해외 업체들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사회를 위해 상생차원에서 규제를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하지만 경쟁에 저해돼서 잃고 있는 시장을 더 잃을까 고민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제안한 정부 주도의 법정 기금 출연 제의에도 이 GIO는 "저희 시총 규모가 커져서 규모가 커보이지만 수익규모를 보면 네이버 카카오를 합쳐도 이통사보다 적은 상태며, 여기서 R&D(연구·개발)를 해나가야 한다"며 "국내 망을 훨씬 많이 쓰고 있는 해외 기업과 어떻게 역차별 없이 (기금 출연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도 "부가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는 역할과 의미가 좀 달라 형평성을 고려해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며 "플랫폼 구축 관계에서 생긴 상생 문제해결에 의지가 있어서 자체 기금으로 이 부분을 적극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웹툰·웹소설 등 K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는 네이버·카카오를 향해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넷플릭스와 같은 선계약 후공급으로 계약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하고 물었다. 후 정산하는 수수료 구조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이에 김범수 의장은 "넷플릭스의 선계약 구조가 플랫폼 구조보다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장은 "오징어게임이 아무리 흥행에 성공했어도 그 이상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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