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성숙한 집회 문화가 필요하다
입력 : 2020-09-29 06:00:00 수정 : 2020-09-29 07:58:14
8.15 광화문 집회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두 자리에 진입한 지 나흘째다. 음식점과 카페, PC방, 노래방 등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집합금지 조치에 따른 덕분이다. 조금이나마 일상생활 회복을 향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당장 추석과 개천절 연휴가 관건이다. 정부는 추석연휴에 고향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일부 종갓집에서는 50여명이 모이는 차례 대신 음복도시락을 택하는 '결단'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주에는 30만명의 여행객이 몰리고 도심에는 천명이 모이는 집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은 이 같은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
 
정부의 10인 이상 모든 집회 금지 및 차량집회 금지 방침에 많은 단체들이 불복하며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이후 다시금 판단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번 일부 단체들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손을 들어줬던 판사를 해임하라는 청와대 청원에 40만명 이상이 동의를 얻은 만큼 판사들은 상당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집시의 자유는 시민들의 기득권에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집시의 자유에도 어느 정도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집시법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엄중한 시기에 감염병 확산 또한 공공의 질서에 위협을 줄 만한 요소라는 점에는 이견이 적을 것이다. 
 
법원에서는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집시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보고 엄격한 조건 하에 허락한 재판부도 있고, 코로나19 사태 속 집회가 공공의 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재판부도 있다. 차량집회까지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집회 여부는 법원 판단에 달려있긴 하다. 하지만 모든 갈등의 책임을 법원에 묻는 현 상황이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보다는 시민 스스로가 성숙한 집회·시위 의식을 가지고 협의를 통해서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극단적인 시기와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은가.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을 감내하는 상황에서 한 발 양보가 절실하다.
 
왕해나 법조팀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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