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핀테크 정책 수혜자는 누구인가
입력 : 2020-07-31 06:00:00 수정 : 2020-07-31 0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한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마다했던 네이버는 기존 금융사들과 직접 경쟁을 하는 대신에 자신의 강력한 검색엔진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금융사 상품을 중개해주는 전략을 택했다.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직접 금융사를 운영한다고 해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네이버측은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포용적 금융'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금융업 진출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포용금융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이면서 현 정부들어 금융 관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다. 포용과 금융이라는 일반명사를 합친 단어로 그 전에는 일상적으로 쓰지 않았다.
 
수년 전 카카오, KT 등 정보통신기술기업(ICT)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면서 금융당국에 제출한 사업계획과 동일하다. 혁신금융과 포용금융을 강조하는 부분은 복사해서 붙여넣은 것처럼 똑같다. 당시 정부는 네이버 같은 ICT 대어가 인터넷은행에 뛰어들기를 바랬지만, 네이버측은 국내 금융업 전망이 불투명하다면서 고사한 바 있다.
 
네이버의 금융사업 계획은 국정기조를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굳이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 일성을 일부 표현을 빌어 비꼬자는 것은 아니다. 금융중개업에 가까운 네이버의 핀테크 사업이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네이버가 내놓은 대다수의 금융서비스가 정부의 핀테크 정책의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다.
 
'네이버페이'로 대변되는 후불결제수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급결제업을 영위하는 개념은 카드사와 다르지 않다. 카드사는 여신전문업법에 따라 상품 판매 제한을 받지만 네이버페이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일례로 카드사는 후불결제 기능이 있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발급이 고객 1인당 2매로 제한되지만, 페이업체는 무한정 발급 가능하다. 판촉 마케팅에서도 페이업체는 충전금의 10%를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카드사는 안된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기업의 자산관리 규제를 완화하면서 '네이버통장'이라는 것도 나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달 내놓은 이 통장은 실질적으로는 미래에셋대우가 만든 종합자산관리계좌(CMA)다. 이름만 놓고봐선 네이버에서 만든 통장이지만, 정작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미래에셋대우가 책임을 져야 한다.
 
네이버는 '자동차보험 비교견적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회사측에선 포털사이트 검색서비스에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을 연동하는 방안에 대해 구상 단계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손해보험사들과 출시 시기와 수수료 등에 대해 협상을 벌이다가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플랫폼 갑질'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은행·카드·증권사 등 기존 금융업계에서 주장하는 '동일업무, 동일 규제'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막강한 자본력을 소유한 대기업들이 핀테크라는 이름을 빌어 아무런 문턱을 거치지지 않고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관료들은 국민들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려면, 다시 말해 정책의 성과가 좋으려면 대어급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얘기한다. 핀테크 업계의 대다수 기업들이 영세한 만큼 초창기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면 대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말도 공공연히 한다.
 
핀테크의 규제 강도를 금융업 수준으로 높이느냐, 금융업의 규제를 핀테크 수준으로 낮추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영세 핀테크기업은 "규제를 없앴다지만 그래도 진입 장벽이 높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핀테크 규제 완화를 시작했던건 영세 기업과 금융사의 경쟁이 불공정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수혜자가 일부 대기업이 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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