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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핸들에 불법 ‘추’ 다는 차주들…“미국에선 불법”
자율주행 경고시스템 무력화…"헬퍼사용 처벌 규정 마련돼야"
2020-07-15 06:01:00 2020-07-15 06:01: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일부 테슬라 차주들이 차량의 자율주행 경고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추 형태의 ‘헬퍼’를 스티어링 휠에 부착하고 있다. 헬퍼를 활용하면 운전자는 핸들에서 손을 떼어도 주행 중인 차선의 차량에 맞춰 조향 및 속도조절, 제동이 가능한 오토파일럿(Auto pilot) 기능을 쓸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토파일럿은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며, 헬퍼 사용 시 사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헬퍼는 자동차 동호회나 해외 직구 등을 통해서 쉽게 구할 수 있다. 300~500g 정도의 무게 추 형태이며, 가격은 대략 5만~15만원 사이다. 테슬라 모델3를 예로 들면 차량에는 긴급 제동, 충돌 경고 및 사각지대 모니터링 등과 같은 오토파일럿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 여기에 900만원 상당의 옵션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을 선택하면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 자동 차선 변경, 자동 주차, 자동 호출 등의 기능이 추가된다. 
 
일반적으로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능을 실행하고 운전자가 일정 시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차량은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이후에도 경고를 계속 무시하면 오토파일럿 기능은 강제 종료된다. 일부 차주들은 오토파일럿 기능은 사용하면서도 경고 메시지를 방지하기 위해 헬퍼를 사용하고 있다. 
 
헬퍼가 장착된 모습. 형태는 다양하지만 스티어링 휠에장착된다. 출처/쿠팡
 
운전자가 차량을 조향하고 있다고 시스템에 허위로 인식시킨다는 점에서 ‘헬퍼’가 아니라 ‘치터(속임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테슬라 차주는 “헬퍼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위험한 물건”이라면서 “헬퍼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쓸 게 아니라 치터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방송사 프로그램에 테슬라 차량에 헬퍼가 장착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출연자는 “헬퍼 사용으로 논란이 된 점은 제가 자초한 점도 있지만 방송 전체적인 부분이 조작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촬영하기 전에 헬퍼를 떼야한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어야 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헬퍼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최영석 선문대학교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미 헬퍼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했으며, 자신은 물론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 처벌이 필요하다”며 “FSD 베타 테스트 차량에는 운전연수 차량처럼 별도의 표시를 부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주장했다. 
 
테슬라 모델3 내부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이어 “동호회 카페 등에서 매매되거나 공동구매를 하면서 헬퍼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헬퍼 사용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테슬라코리아 측도 “헬퍼 장착은 불법이고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에 절대 권유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이나 FSD를 ‘자율주행’으로 마케팅하는 점도 논란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를 보면 FSD에 대해 ‘완전 자율 주행 기능’이라고 표현했다. 네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에 대한 설명에도 ‘차로와 저속 주행 차량 추월 등을 포함한 고속도로 진입로 및 진출 차선에서 자동 주행한다’고 나와있다.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해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표현됐다. 출처/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또한 ‘풀 셀프 드라이빙’이나 ‘오토파일럿’의 단어에 자율주행의 뉘앙스를 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FSD 옵션 선택메뉴 맨 밑에는 작은 글씨로 ‘현재 활성화된 오토파일럿 기능은 운전자의 적극적인 제어가 필요하며,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고 나와있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물론 FSD를 장착해도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기준으로는 자율주행 레벨2에 불과하다”며 “현재 자율주행 2단계는 운전자 책임이지만 3단계는 자동차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도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이나 FSD를 자율주행으로 홍보하는 것은 과장광고라고 볼 수 있다”면서 “헬퍼 사용이 근절될 수 있도록 테슬라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오토파일럿 부분 하단부에는 상반된 내용이 서술됐다. 출처/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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