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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상호 감독이 공개한 ‘반도’의 A to Z
“‘부산행2’ 시도?...사실 캐릭터 그대로 가야 하나 의문이었다”
“덤프트럭 운전하는 어린 소녀 이미지에서 ‘반도’는 출발했다”
2020-07-14 00:12:45 2020-07-14 00:12:4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해외 영화제에서 여러 트로피를 들어 올려왔지만 사실 돈을 버는 연출자는 아니었다.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고, 넘을 수 없는 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전문 연출자였던 연상호 감독이 4년 전 좀비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우려를 넘어서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다. 무려 100억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던 부산행한 번도 본적 없는 좀비 재난이란 설정에선 매력적이었지만 애니메이션 전문 연출자의 실사 연출이 과연 관객을 설득하고 상업 영화 시장에서 먹힐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1000만 흥행을 선보이며 우려와 걱정을 한 방에 깨버렸다. 물론 이후 차기작 염력에서 폭망을 경험하며 부산행의 성공이 폄하 되기도 했다. 그런 절치부심의 고민과 웅크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반도의 비주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함으로 무장했다. ‘부산행의 아우라에서 해석을 하자면 부족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건 완벽하게 독립된 다른 영화다. 연상호 감독이 밝힌 반도의 모든 것이다.
 
지난 9일 언론 시사회 이후 바로 다음 날이다. 몇 년 동안 반도한 편에만 매달려 있던 연 감독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시사회 당일 반도 2D, 아이맥스, 4DX 3가지 포맷으로 상영회를 개최했다. 국내 장편 상업 영화에선 전례가 없던 시도다. 그만큼 반도의 구성과 설정 자체가 다양한 포맷으로 즐길 거리가 많단 지점을 드러낸 자신감이다. 시사회 전날까지 상영 버전 포맷 최종 컨펌을 완료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연 감독이었다.
 
연상호 감독. 사진/NEW
 
“3가지 포맷으로 정말 꽤 많이 봤어요(웃음). 그 전까지 극장에 올 때마다 썰렁해서 걱정도 됐고,낯선 느낌도 강했죠. 그런데 시사회 당일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좀 울컥하더라고요. ‘맞아 극장이 이런 곳이었지싶었어요. ‘반도도 잘 됐으면 좋겠죠. 그런데 요즘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 감독들 모두가 그럴 거 같아요. 이런 시기에 많이 와 주십사 말씀 드리는 게 죄송하죠. 그래도 반도가 잘돼서 분위기를 반전 시킬 무언가를 남겨줬으면 해요.”
 
연상호 감독과 제작사 측은 부산행이후 차기작 논의를 해 온 바 있다. 사실 부산행이후 여러 버전이 있었단다. 가장 유력하고, 또 관객들이 보고 싶었던 버전은 부산행마지막 엔딩 이후의 스토리였다. 연 감독도, 제작사 대표도 그 지점에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선택된 버전이 지금의 반도였다.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독립된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부산행2’를 주변에서 얘기를 하는데, 사실 이런 재난 장르의 속편에선 굳이 캐릭터를 가져가야 할까 싶었죠. ‘부산행도 배경자체가 주인공이었지 사람이 주인공은 아니었거든요. ‘부산행이 어떻게 변화하는 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그 변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싶었죠. 결정적으로 좀비는 제가 창조한 소재가 아니잖아요(웃음). 좀비를 끌어 들이면서 속편이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봤죠. 사실 속편인가 아닌가는 어떻게 생각하셔도 상관 없어요.
 
연상호 감독. 사진/NEW
 
구성을 마무리했다. 이제 출발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연 감독은 이 영화가 만들어 질지는 몰랐단다. 초기 구상을 했을 당시 상상을 초월한 제작비가 문제였다고. 당시 어림잡아도 반도의 제작비는 최소 200억에서 최대 300억까지 투여될 구성이었단다. 이 정도 금액은 상업 영화 감독에겐 양날의 검이다. 잘 되면 자신의 구상을 오롯이 투여시킬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리스크는 온전히 감독의 몫이 된다.
 
전 지금도 이 영화가 만들어 진 게 가장 신기해요(웃음). 제가 구상하고 첫 삽을 떴지만 이게 될까싶었어요.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20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는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게 목표였죠. 결국 제작사와 논의를 해서 철저하게 다시 예산을 짜보겠다 했어요. 정말 세밀하게 배분을 해봤죠. 160억 안팎에서 가능할 예산 구성이 나오더라고요. 진짜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했어요(웃음). 지금 밝히지만 영화 속 수 많은 세트가 사실은 한 공간에서 찍은 결과물입니다. 놀랍죠(웃음) 하하하.”
 
앞서 연 감독이 언급한 바와 같이 반도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이 세계관에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다. 좀비도 아니다. 바로 세계 자체가 주인공이다. ‘부산행이 무너지는 과정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면 반도는 종말을 맞이한 세계다. ‘반도를 언급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그것이다. 국내 상업 영화에선 첫 시도다. 이 점은 연 감독의 상상력이 집대성된 지점이다.
 
연상호 감독. 사진/NEW
 
“무너진 세계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망했어요. 그 공간을 구상하는 건 여러 좀비 영화의 레퍼런스도 있고. 사실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건 그 공간을 채운 감정이죠. 무너진 세계를 지배하는 광기. 그 광기를 표현할 후보가 두 개였어요. 하나는 타락한 군대, 그리고 나머지는 종교집단. 제가 생각한 액션과 매치를 시키자면 군대가 나을 것 같았어요. 631부대라고 표현한 것도 인간성이 상실된 지점을 표현하기에 숫자가 적합할 것 같았죠.”
 
종말을 맞이한 세상에서도 좀비는 여전했다. 그들은 나타났고, 세상을 전염시켜가기 시작했다. 그게 부산행이었다. 그리고 이제 좀비는 그 세상을 지배한다. 망해 버린 세상, 그 속에서 좀비는 그저 존재하고 있었다. ‘부산행으로부터 4년이 지났다. 그리고 현실의 세계도 4년이 지났다. ‘부산행이후 반도까지 걸린 시간 동안 연상호의 세계에서 좀비도 분명히 발전했다.
 
좀비가 많이 달라졌죠(웃음). 맞아요. ‘부산행에선 정말 위협적인 모습이고 또 공격적이었다면, ‘반도에선 오히려 그런 모습이 좀 덜하죠. 글쎄요. 4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공간에서 살던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고 할까. 그 지점부터 좀비가 위협적이라기 보단 한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이란 느낌이 강할 것 같다고 봤어요. 오히려 그 지점부턴 인간이 변하는 거죠. 631부대원 같은 변화된 인간들이 더 위협적이라고 봤어요.”
 
연상호 감독. 사진/NEW
 
종말을 맞이한 공간,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좀비와 좀비를 능가하는 좀비 같은 인간들’. 연상호 감독은 이 설정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자신이 반도를 첫 구상할 때 떠 올린 이미지 때문이었다고. 바로 덤프트럭을 몰고 질주하는 어린 소녀였다. ‘반도에서 준이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 이레가 그 이미지의 주인공이다. 결국 반도에는 한국영화에선 전례가 없던 카체이싱 장면이 등장한다.
 
“’부산행이 기차란 공간에서 벌어지는 강력함이 컸기에 그걸 능가하는 무엇이 무엇일까 고민했었죠. 고민 끝에 등장한 게 카체이싱이었어요. 영화의 장면들은 설계만 3개월 이상이 걸렸죠. 저와 무술감독, CG, 촬영 감독이 오랫동안 회의 해서 카체이싱에 관한 프리비주얼을 거의 애니메이션으로 작업을 해놨어요. ‘스피드 레이서란 만화를 많이 참조했어요. 음악도 다 깔아서 작업을 해 놔서 촬영할 때는 거의 그대로만 했죠."
 
결과적으로 이런 장면을 만들어 낸 것은 배우들의 공이 컸다. 연상호 감독은 현장에서 빨리 찍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와 자신이 구상한 비주얼을 그려내고 투영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애니메이션 연출자 출신으로서의 분명한 장점이다. 이런 장점은 자신이 생각한 배우들의 캐스팅 라인업으로 더 완벽함을 이뤄낸다. 연 감독 역시 배우들의 공을 많이 추켜 세웠다.
 
연상호 감독. 사진/NEW
 
“주인공 정석은 처음부터 강동원을 생각했어요. 무조건 강동원이었으면 했어요. 비주얼적으로 압도하는 지점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사실 공유도 반도시나리오를 보고 동원이가 잘 어울리겠다고 추천했죠. 주변 스태프나 관계자들의 이견이 있었던 배역은 이레였어요. ‘준이역할 자체가 처음에는 20대 정도로 끌어 올려야 한단 의견이 많았는데, 제가 밀어 붙였죠. 이레와 첫 미팅을 했는데 정말 친하게 지내야겠다싶었어요(웃음). 배우로서 엄청 잘 될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하하하.”
 
영화의 엔딩은 사실 반도가 개봉하면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가장 마음에 드는 지점이 될 것이고, 이 영화에 불만이 생길 관객이라면 가장 아쉬운 지점이 될 요소를 다분히 담고 있다. 한국 영화에선 가장 흔한 요소이면서도 한국 관객이 가장 싫어하고 터부시되는 신파적인 감정이 다분히 들어가 있다. 연 감독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연상호 감독. 사진/NEW
 
대중 영화입니다. 전 보편적인 엔딩이 맞다고 판단했어요. 당위성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을 보여주고 싶은 거죠. '부산행' 이전 제 영화와 '부산행' 이후는 제가 달라진 것 같아요. 제 영화를 보러 와 주시는 관객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전에는 보편적인 관객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 아니었는데부산행이후에는 보편적 당위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방식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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