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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발주 급감에 도 넘는 수주 경쟁
2020-07-14 06:00:09 2020-07-14 06:00:09
"선주가 중개인 통해 우리 측에 오퍼를 달라고 했지만 우린 STX조선과 이미 건조의향서까지 체결한 프로젝트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협상을 거절했다."
 
선주가 STX조선과 건조의향서까지 체결하고도 조선소 가동이 멈춘 틈을 타, 타 조선소와 접촉에 나선데 대해 한 조선소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STX조선은 최근 선주들과 수주협상 난항을 토로하며 노조 측에 업무복귀를 재차 요구했다. 회사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우리가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우리와 건조의향서를 맺었던 선주사들이 멈춰있는 우리 조선소를 떠나 타 경쟁 조선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건조의향서가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STX조선이 선주와 건조의향서를 체결하고 선박 사양 등 기술적 미팅까지 마쳤던 프로젝트였다. 선박 건조 가격 확정 후 계약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선주가 STX조선과의 협상을 완전히 종료한 상태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다른 조선소가 불쑥 끼어든 것이다. STX조선은 계약 직전에 일감을 놓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발주시장 부진으로 국내 중형 조선소들도 수주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건조의향서까지 체결한 계약은 건드리지 않는게 상도의"라고 꼬집었다. 
 
또 "STX조선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아는데 쉽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겠나"라며 "이런 프로젝트는 수주한다고 해도 맘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타 조선소는 STX조선이 놓친 일감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업계는 타 조선소가 이미 선주와 LOI까지 체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STX조선은 올해 들어 단 한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상태다. 내년 1분기면 남은 일감이 모두 동난다. 고정비 부담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조선소간 도넘은 수주경쟁은 시장 질서를 왜곡할뿐이다. 중국 조선소의 저가공세 이겨내기는 커녕 국내 조선소간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꼴이다. 기본적인 상도의를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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