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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의 힘)① 비온 뒤 굳건…자생력 강화된 'K반도체'
정부의 소부장 2.0 발표에 반도체 업계 '환영'…전세계 밸류체인 활용 요구도
2020-07-10 06:01:00 2020-07-10 06:01: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일본 수출규제와 코로나19 등으로 우려를 낳았던 국내 반도체 산업이 자립도를 높이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을 필두로 한 생태계와 정부의 긴밀한 협력에 힘입은 결과다. K반도체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합심을 통해 세계 시장 재편 작업에도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 속에서도 국내 반도체 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국산화율이 대폭 높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액은 403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85.82%나 감소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국내 액체 불화수소 생산 업체인 솔브레인은 생산량을 두배 이상 늘렸고, SK머티리얼즈는 경북 영주 공장에 15톤 규모의 불화수소 가스 양산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특허청의 특허장벽 대응전략 및 지원에 따라 소부장 핵심 산업의 R&D 기간은 평균 6개월이 단축됐고, 1년만에 72건의 핵심 특허를 창출해냈다. 또 코로나19로 국내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반도체 부문의 5월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7.1% 오히려 증가했고, 6월에도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는 '소부장 1.0' 전략에 따라 국내 생태계에서 단기간의 성과를 창출한 것이 촉발제가 되어, 향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소부장 2.0'을 다시 내걸었다. 정부가 발표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는 첨단 클러스터 형성과 대규모 자금 지원,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의 세부안이 포함된다. 또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도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범정부 차원의 협업을 통해 생태계 재편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소부장 1.0은 일본수출규제에 대한 전략물자 대책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각종 대외 요인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글로벌 밸류체인에 대해 단중기적인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보인다"며 "수요 기업이 직접적으로 지원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다양한 지원책에 대해 치밀한 계획을 통해 잘 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속도전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수 한국경제연구원 지역협력팀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른 성과도 있었고 나아가야할 방향은 맞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국산화만 추구하는 것보다는 전 세계의 최적화된 밸류체인을 잘 활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생태계 강화 노력도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주요 설비, 부품 협력사와 함께 자체 기술개발에 노력해 왔고, 기술 내재화를 통한 생산성 증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들어서는 국내 주요 설비협력사, 2~3차 부품 협력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력 범위를 더욱 넓혔다. 설비사가 필요한 부품을 선정하면 삼성전자-설비사-부품사가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는 설비부품의 개발과 양산 평가를 직접 맡는다. 또 중소 설비·부품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와 품질 노하우를 전수하는 컨설팅과 부문별 경영 자문도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아카데미'를 통한 기초 교육부터 '분석/측정 지원센터', 'SV파트너십 컨설팅' 등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플랫폼들을 공유·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종 필드테스트에 사용되는 고사양 장비를 개발 중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협력사들의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특허 재테크'라는 워크샵을 통해 협력사들에 특허 분쟁 해결 노하우를 전수하고,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특허들도 무상으로 공유하고 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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