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전 속 증권가 리포트도 '눈치'
'인수가 1조원 비싸다' 보고서 하루 만에 철회
입력 : 2020-06-03 06:00:00 수정 : 2020-06-04 13:54:19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롯데케미칼(011170) 전자·바이오 소재기업인 A사의 전략적투자자(SI) 후보로 부상한 가운데 최근 B증권사에서 인수가 1조원이 비싸다는 평가를 내놓은지 하루 만에 리포트를 삭제하고 의견을 대폭 수정해 논란이다. A사 매각이 모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만큼 해당 이슈를 놓고 분위기가 예민해지자 제 의견 내기에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증권사는 최근 발표했던 롯데케미칼의 A사 인수 관련 리포트를 하루 만에 삭제하고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B증권사는 당시 롯데케미칼 리포트를 통해 'A사 인수 크게 의미 있을까'라는 주제로 A사 인수가 1조원이 비싸다는 평가를 내놨다. 해당 평가를 낸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동박, 전지박에 멀티플 30배를 적용한 1조원 가까운 금액은 비싸다는 판단"이라며 "원통형 규격이 2만1700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전해동박 업체가 크게 메리트가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리포트가 발간된 지 하루 만에 B증권사는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정된 리포트에는 "인수 예정금액인 1조원은 종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인수 결렬가격보다 4000억원이 비싸진 상황으로, 롯데케미칼이 보유중인 현금 시재는 많지만 절대적 밸류에이션이 싼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담겼다. 
 
'A사 인수가격 1조원이 적당하지 못하다'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A사 인수 자체에 대해 큰 메리트가 없다는 평가에서 상당히 보수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앞서 A사의 1조원 가격을 놓고 다른 증권사에서도 과거 SKC의 KCFT 인수 사례를 감안할 때 1조2000억원 수준의 A사 시가총액이 적정가격 수준이라는 평가를 낸 바 있다.  
 
증권사들의 리서치 정보를 제공하는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공개됐던 이 연구원의 롯데케미칼 리포트는 삭제된 상태다. B증권사 홈페이지에는 수정된 리포트가 업로드됐다. 기존 리포트에 실렸던 "전해동박은 폭 측면에서 다소 기술력이 떨어지고, 중국에서 보조금을 통해 동박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공급 과잉 우려까지 겹쳐진다"는 분석은 지워졌다.
 
M&A 관련 이슈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의 A사 인수 적정가격과 동박의 투자 가치에 대한 의견을 내놓자 관련 업체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B증권사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기업 리포트 수정이나 삭제는 과거에도 제기됐던 문제다. 기업도 증권사의 고객인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는 과감한 의견을 내놓는 것이 쉽지 않다. 증권사 리포트에 '매도' 의견이 거의 없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또다른 증권사도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 3개사의 합병에 대해 '합병비율이 부적절하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뒤 바로 철회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에도 증권사의 리포트에 해당 기업이 반발해 삭제를 한 사례가 있고, 목표주가 하향조정 직후 전화가 오는 경우도 많았다"며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마땅한 얘기지만 이를 보장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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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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