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현주소
입력 : 2020-06-02 06:00:00 수정 : 2020-06-02 0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지난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내걸고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다섯 개 증권사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했다.
 
3년여가 지난 현재 '한국판 골드만삭스'라는 슬로건은 빛이 바래다 못해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사전규제 완화 및 사후규제 강화로 금융업의 경쟁과 혁신을 유도한다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약조가 무색하게도 초대형 IB들은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발행어음 업무에서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은 곳이 3곳이다. 아직까지 두곳이 사실상 '무늬만 초대형 IB'로 남아 있다. 초대형IB 지정(자본시장법 77조)과 발행어음 인가가 각각 자본시장법(자본시장법 360조) 내 다른 조항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시차는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정과 인가의 갭이 2년이 넘어가는 것을 단순히 법 제도 탓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8조원이 넘어선 미래에셋대우는 최근에야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그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지만, 금융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미래에셋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근거로 지금까지 심사를 보류해왔다. 공정위 제재가 경징계(과징금 부과)로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인가 심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이 과징금 제재를 받은 부분을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다.
 
초대형IB의 대주주가 '충분한 사회적 신용'을 갖췄는지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맞다. 그간 금융당국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는 조건으로 대주주 적격성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왔다.
 
이러는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노는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꿈에 머물러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발행이나 대형 인수합병(M&A) 주관에 국내 증권사는 끼지 못하거나 곁다리 역할에 그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발행어음 잔액은 16조원 가량으로 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초대형 IB 출범 당시 기대했던 2020년 발행어음 예상잔액은 32조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아 기업금융의 수익비중을 키웠지만 브로커리지(증권 위탁매매) 의존도는 여전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증권사들의1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동학개미 덕분에 선방한 성적표를 내놨다. 폭락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주식 거래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면서 다른 부문의 부진한 영업실적을 떠받쳤다.
 
증권업이 아직 이 지경인 책임을 금융투자사에 돌려야 하는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초대형IB 정책에 굳이 무게를 실어야 하느냐는 관료들과 대기업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어깃장을 놓는 정치인들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산업 발전 어젠다가 없다시피 하다 보니 '금융홀대론'이란 시각도 끊이질 않는다.
 
초대형 IB육성은 자본시장의 기능을 활용해 기업의 자금 흐름을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은행이 전혀 커버할 수 없는 성장성 높은 기업들에게 든든한 실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177석의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혁신과 맥을 같이 한다. 결국 한국의 혁신 기업들을 육성하고 싶다면 초대형 IB 발행어음 인가에도 전환적인 정책 결정이 필요할 때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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