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 부여해야"
입법조사처 제도 개선 제안…업계 "부작용 더 클 것"
입력 : 2020-05-27 15:00:17 수정 : 2020-05-27 15:00:17
27일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을 주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보험설계사 수험생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운동장에서 일정 간격을 두고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을 주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보험소비자들이 보험설계사를 보험사의 대리권을 갖는 자로 인식하고 있어 고지의무 관련한 민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보험업계는 고지의무 수령권이 보험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27일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수령과 관련한 문제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를 보험상품에 가입시키는 주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수령권 부재는 보험영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지의무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 체결시 인수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즁요한 사항을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의무를 의미한다. 이를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 고지할 경우 보험계약자는 계약해지나 보험금 지급 거절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설계사를 보험사의 대리권을 갖는 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보험설계사를 보험계약 중개자로 내세워 보험계약자에게 설명의무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보험설계사가 고지의무 수령권한이 있다고 오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험가입 시 보험계약자는 법적으로 고지의무 수령권이 없는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 보험청약서에 반드시 서면으로 중요사항을 직접 알려야만 보험사에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 
 
상법은 보험설계사의 권한으로 제1회 보험료 수령권과 증권교부권만을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 또한 일관되게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수령권을 부정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는 특정 보험사의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일 뿐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 수령권이 없는 보험설계사에게만 중요사항을 알린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수취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당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이에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한 민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3년간 국내 생명손해 보험사에 접수된 부지급사유별 건수 현황 중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한 보험민원은 2017년 1만4607건, 2018년 1만5724건, 2019년 2만1431건으로 증가 추세다. 
 
김 조사관은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수령권을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계약자는 보험설계사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보험설계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영업조직을 신뢰해 보험에 가입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보험설계사의 권한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 부여와 동시에 판매자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보험사가 이행하는 판매자 책임을 보험설계사에게 물어 보험설계사가 자신의 보험영업 행위에 대해 보험계약자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것에 무거운 책임과 의무감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이 부여되면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이행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지의무 미이행에 따른 보험계약자의 불이익도 감소할 전망이다. 고지의무사항이 광범위해 보험계약자가 알고 있는 내용이 고지의무사항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지만 보험설계사가 전문적으로 고지의무를 설명해 보험계약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다만 보험업계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고지의무 수령권은 보험사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보험설계사들에게 주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보험설계사와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한 것처럼 속이고 보험금을 수령하는 등 부작용이 커 오히려 민원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견해다.
 
보험설계사는 위험인수에 대한 전문성이 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고지의무가 이행된 것처럼 안내할 가능성이 있어 관련 분쟁이 증대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상적인 위험을 초과하는 특정인의 위험이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보험설계사의 판매자 책임이 법제화되지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조사관은 "보험계약자가 보험설계사에게 중요사항을 제대로 고지했지만, 보험설계사가 자신의 수당 등 이익을 위해 고지사항을 보험사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보험사가 해당 계약을 취소한다면 보험계약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며 "보험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21대 국회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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