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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2차 무역전쟁 조짐)"장기적으로 득보다 실"…고래싸움에 고민 빠진 전자업계
업계 "삼성전자, 파운드리 반사이익 부정적"
제재 대상 메모리까지 확대될까 노심초사
2020-05-26 06:03:15 2020-05-26 07:57:17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이 '기술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편을 들기도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CES 2020 SK하이닉스 전시장. 사진/뉴시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가 9월부터 미국의 기술 및 장비를 활용해 만든 반도체에 대해 화웨이 공급 금지령을 내리면서 화웨이는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화웨이를 주요 고객사 중 하나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는 '득'이, SK하이닉스에는 '실'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가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향한 삼성전자의 목표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및 5G 통신 장비 점유율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화웨이의 메모리 반도체 수주액이 전체 매출의 10%대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공급량 감소는 직격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언급 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법인 고위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지난주 삼성,SK하이닉스의 고위 관계자와 화웨이 측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미중 무역분쟁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어떤 언급도 하기 어렵지만, 일단 메모리의 경우 제재 대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한중 기업인 간의 '패스트트랙' 허가가 떨어진 직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은 것도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시작된 직후에도 일본 현지 상황 파악을 위해 직접 출장길에 오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국내 기업들에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화웨이의 제품 생산 차질이 국내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먼저 규제 대상에 들어간 파운드리에서도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TSMC가 화웨이 공급을 중단했다고 해서 기존의 거래 관계가 없었던 삼성전자에 물량을 준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삼성전자 측에서도 미국산 장비를 포기하면서 화웨이를 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반도체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며 "다만 메모리 반도체까지 제재가 확대될 경우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도 영향권에 들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신중론이 우세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직접적인 타격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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