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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부터 경영난 LCC…"추후 과점체제로 바뀔 가능성"
"바닥 친 줄 알았는데"…계속되는 추락
2020-05-25 05:58:16 2020-05-25 05:58:16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코로나19로 날개가 꺾인 국내 LCC(저비용항공사)들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앞서 일본 불매운동, 홍콩 시위 등을 거치며 주력 노선을 많이 줄였는데 코로나19로 갈 곳이 없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19가 방아쇠를 당겼을뿐 항공사들의 위기는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에 튼튼하지 못한 탓에 통·폐합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24일 항공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LCC들을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항공업계 산업구조 재편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정부가 내놓은 지원 기준으로 봐서는 모든 항공사를 살리려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며 "산업 구조 재편은 통상 시장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가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일 항공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LCC들을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항공업계 산업구조 재편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주기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이전부터 숨찼던 LCC
 
국내 LCC 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다. LCC들은 그동안 일본, 중국 노선을 위주로 운영을 해왔는데 지난해 전국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이 일며 3분기 LCC 대다수는 이미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항공업계에서 3분기는 통상 성수기로 분류하는데 당시 영업이익을 낸 항공사는 대한항공뿐이었다. 이 가운데 악재는 끊이질 않았다. 이어 홍콩 시위가 발생하며 중국 노선마저 위태해졌기 때문이다. 
 
보유한 기재가 중·소형기라 미주, 유럽, 대양주 등 선택지가 다양한 대형항공사보다 갈 곳이 많지 않은 것도 LCC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주요 요인이다. 한정된 노선에 모든 LCC가 항공기를 띄우다 보니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도 모든 LCC들은 영업손실을 내야만 했다. 2~3년 전만 해도 고속 성장하던 LCC들이 여러 악재와 심화하는 공급과잉으로 동시에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맞은 LCC들의 현 상황은 처참하다. 현재 모든 LCC는 전직원 대상 무급휴직 실시, 희망퇴직 접수, 임금 삭감 등 조처를 이어가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특히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스타항공은 현재 넉 달째 임금체불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부터 셧다운 상태에 돌입한 이후 제주항공과의 매각 딜에 차질이 생긴 데에 따른 영향이다.
 
물러설 곳이 없어진 일부 LCC들은 오는 7월 국제선 재개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운항 예약 접수는 받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입국 제한 조치가 그전까지 완화된다는 전제하에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일부 국가들이 조치 완화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LCC들은 생존하기 위해 예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끝나도 보릿고개는 계속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추후에 종식하더라도 LCC 업계의 미래는 어둡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사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나면 항공업계엔 훨씬 적은 수의 항공사들이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에는 지금보다 플레이어 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다른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수 기업들의 과점체제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과거부터 거론됐던 'LCC 구조재편'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이번 결정은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외항사들과의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래는 더욱 어두워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 싱사포르 항공사들의 저가 티켓 공세에 국내 항공사들의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국가들이 정부에서 받은 각종 보조금과 지원으로 코로나19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항공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은 항공사에 대한 약 60조원 규모의 지원금 안건이 의회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이 중 보조금과 무담보 대출이 각각 30조원씩이다. 중국도 자국 항공사에게 노선별 보조금을 지급하고 나섰고, 싱가포르도 주식 및 전환사채 발행 지원 등 총 16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계획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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