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한국은행이 앞장설 때 아닌가
입력 : 2020-04-08 06:00:00 수정 : 2020-04-08 06:00:00
지난달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린 이후에도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회사채와 국고채의 금리격차가 9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는 경제 부문에 악성 '침체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많은 기업의 매출감소를 초래하며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부채가 많고 재무구조가 열악한 기업에게는 치명타를 던졌다. 불량한 재무구조라는 '기저질환'에 침체바이러스가 겹쳤으니 2중의 타격이다. 미국에서도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이 표현한 대로 '추락 천사' 기업들이 속출한다.
 
한국 역시 최근 많은 기업이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굴욕'을 당하는 실정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매입할 증권사들은 단기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회사채 매수기관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말미암아 많은 기업들이 기업어음(CP)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어음도 체증에 걸려 금리상승을 유발한다.
 
최근 신용상태를 의심받는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외화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원화의 환율도 한때 달러당 1300원에 육박하는 등 외환시장까지 동요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교환 협정이 맺어진 덕분에 환율은 안정세를 찾은 듯하다. 그렇지만 이 역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렇듯 요즘 금융시장에는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들이 즐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공허할 뿐이다. 시장에서 금리상승을 유발하는 등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격리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시장도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하늘 모르게 치솟던 국제통화기금(IMF)이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부실 종금사라는 시장교란 요인을 시장에서 제거한 것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에도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기본적인 원리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행은 양반다리만 하고 있었다. 금리를 인하한 후 회사채와 기업어음 금리의 상승에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하로 할 일을 다 했으니 나머지는 정부와 국책은행이 알아서 하라고 넘기는 듯한 자세였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은 동요에 동요를 거듭했다.
 
한국은행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6일에는 3개월동안 환매조건부채권(RP)를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1조원 규모의 RP매입을 발표하고 24일에는 같은 방식으로 증권사 등에 2조5000억원을 공급했다. 그래도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해서일까. 결국 이를 '무제한'으로 늘린 것이다. 또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권 금융사에도 직접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지난 3일에서야 밝혔다. 한은이 마지못해 나선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매입은 여전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에 맡겨져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이들 국책 금융기관 중심으로 운용된다. 그러다 보니 채권안정펀드에서 사들이는 기업어음의 규모는 극히 제한돼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반면 한국은행은 현행법상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매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은도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있을 것이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도 한은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왜 없겠는가. 만약 법규가 정말로 장애요인이 된다면 한은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국회에 달려가서 법을 서둘러 고쳐달라고 해보자. 지금 어느 국회의원이 거절할 수 있을까? 결국 한은이 못한다기보다는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앙은행이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아무 때나 사들여서는 물론 안 된다. 비상시에만 할 일이다. 팔리지 않는 회사채나 기업어음으로 시장을 교란시킨 부실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염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유례없는 비상경제 상황이다. 점잖게 양반다리만 하고 있을 때가 결코 아니다. 시장의 막힌 물길을 터주는데 한은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때다. 그렇게 제 몫을 다하면서 부실한 유가증권을 찍어낸 부실기업에 대한 문책을 정부에 요구하면 될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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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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