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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유가투자① 원유선물 ETF 투자 증가…롤오버 비용 부담
12월물 시세, 5월물보다 62% 높아
2020-04-01 13:00:00 2020-04-01 13:14:5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제유가 약세가 깊어지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에 더해 미국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찍었다는 것은 기름을 팔면서 돈을 더 얹어준다는 뜻이다. 원유를 생산해서 저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당시 다른 지역의 거래가격이 10달러를 오갔던 것을 감안하면 일시적으로 벌어진 일로 보이지만 마이너스 가격이 출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 경제를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국제유가(WTI) 차트. 자료/미래에셋대우
 
사우디를 비롯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미국 등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 감산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어 감산 합의는 쉽게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로 에너지 이슈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지만 상식적인 수준의 감산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어서 저유가 상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애도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유가가 낮을 때 관련 상품을 사두어 나중에 유가가 올랐을 때 차익을 얻겠다며 정유기업 주식과 유가 연동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매수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격적으로 레버리지 상품을 매입 중이다. 
 
이런 전략은 유효한 접근법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원유선물 거래가격만 보면 이런 기대는 다들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 <표>는 미국 선물거래소인 CME에서 거래 중인 크루드오일(WTI) 선물 시세다. 국제유가는 원유 현물보다는 금융상품으로 만들어진 선물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선물의 만기기간에 따라 월별로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CME 선물가격 참조(오전 9시35분 현재)
 
<표>를 보면 당장 다음달에 만기가 돌아올 5월물은 배럴당 20.65달러지만 뒤로 갈수록, 즉 만기가 오래 남아 있을수록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2월물은 5월물보다 무려 62.7% 높은 가격이다. 6월이 되면, 7월이 되면 그리고 12월이 되면 유가가 저기까지 오를 거라 기대하며 지금 현물가격보다 비싼 값을 주면서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이와 같은 기대를 하고 있다면 해당 선물을 매수하면 되겠지만 직접 참여할 수는 없어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ETF 등을 매수하고 있다. ‘WTI선물’이란 이름이 붙은 파생펀드나 ETF, ETN 등으로 주식처럼 소액으로 매수 매도가 가능해 편리하다.   
 
문제는 이런 상품의 경우 ETF 등에서 편입한 선물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선물을 갈아타는 롤오버(Roll-Over)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미래 자산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현물가격보다 선물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것을 콘탱코(Contango)라고 부른다.(반대 상황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이럴 땐 매수한 ETF 등이 편입한 선물이 만기가 돼 다음 월물로 갈아탈 때 더 비싼 가격만큼의 차액을 치러야 하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롤오버 비용이라고 한다. 투자자가 따로 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보유종목의 평가액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계속 되면 누적되는 롤오버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투자자로선 부담이다. 그렇다고 거액 자산가들처럼 따로 저유소나 유조선을 빌려 현물을 사서 보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②에서 계속>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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