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조원태 회장은 더 겸허해져야
입력 : 2020-04-01 06:00:00 수정 : 2020-04-01 06:00:00
지난해 말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도전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남매의 난'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핵심 안건이었던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은 그대로 통과됐다. 반면 '조현아 연합'은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연합군'은 국민연금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결국 조원태 회장을 끌어내리려던 시도는 좌절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조원태 회장의 완승이었다.
 
이번 주총 결의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대립과 논쟁은 격렬했다. 그렇지만 조원태 회장의 승리는 사실상 이미 예견돼 있었다. 무엇보다 조현아 전 부사장측 연합군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 자신이 이미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때문에 한진그룹 노조와 전직 임원회 등에서도 조 전 부사장의 재등장을 우려하며 비판했다. 구성원의 호응을 전혀 얻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반도건설의 경우 그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참으로 알기 어려웠다. 항공사업과 인연이 없는 건설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항공사의 경영권 분쟁 당사자로서 가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건전한 경제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끝내 알 수 없는 사연이 간혹 있다. 중세의 시성 단테의 <신곡>에서도 스승 베르길리우스는 인간의 지성으로 알 수 없는 것에 관해 알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렇지만 반도건설의 경우 그런 초월적인 상황이거나 초인간적인 결단의 대상도 아니다. 건전한 경제상식에 입각해서 볼 때 얼른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3자연합은 반도건설이 나선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조원태 회장 측으로부터 한진그룹 부회장 자리를 노렸다는 역공을 받기까지 했다.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그룹의 경영혁신을 요구한 뜻이야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지만 하필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반도건설과 손잡은 것이 설득력을 스스로 약화했다. 투명하지 못한 동업자들과 동업을 꾀함으로써 잠재적인 우호세력을 밀어낸 것이다.
 
이들 3자가 손잡은 것을 보면 우리가 평소에 흔히 보는 권력정치의 축소판 같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진정한 경영혁신보다는 동생에게서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행동주의 펀드를 앞세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적의 적은 우리편'이라는 하는 구태의연한 행동양식을 답습한 셈이다. 쉽게 말해 야합한 것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결국 이번에 조원태 회장의 승리는 조 회장이 잘해서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에 맞서는 3자연합의 불투명한 제휴의 결과였다고 여겨진다.
 
물론 KCGI측의 문제제기는 공감할 만하다. 이번에 패배했다고 그런 문제제기의 가치가 폄하될 수는 없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신민석 KCGI 부대표가 언급했듯이,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상 나타난 2600억원의 적자는 경영자들이 너무 방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재무구조가 허약할 뿐만 아니라 국토부의 진에어 제재도 1년7개월이나 흐르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신민석 부대표의 비판은 당연하고도 논리정연하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여객은 급격히 줄고 환율마저 불안하니 대한항공에게는 부담스럽다. 따라서 KCGI의 비판은 주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황이 지금처럼 어려울수록 그 비판의 가치는 유효하다.
 
그러므로 이번에 승리한 조원태 회장측도 승리의 기쁨에 마냥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그럴 형편도 아니다. 이번에 경영권을 지키기는 했지만 그런 경영권이 언제나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정신 바짝 차려야만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경영권은 그 누가 대신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특히 지금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고 비핵심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경영을 보다 효율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테면 조 회장 스스로 약속했듯이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시 송현동 부지와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다시 받게 될 것이다. 자칫 시장의 힘에 의해 빼앗기는 상황에 몰릴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조원태 회장은 이번 승리가 경영권을 영원히 보장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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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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