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역경 속에 드러나는 실력
입력 : 2020-03-31 06:00:00 수정 : 2020-03-31 06:00:00
위기 상황에 잠재적 능력이 드러난다고 할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몰랐던 우리나라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 같다. 우리의 질병관리 능력, 위기관리 능력을 비롯해 시민들의 협조에 많은 국가들이 감탄하고 있다. 아직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평가는 이르지만, 자부심을 갖고 위기를 이겨 나가자는 희망도 어려운 시기에는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우리의 이런 능력은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뼈아픈 고통과 반성 속에서 생긴 것이다. 메르스때 우왕좌왕했던 경험의 반성에서 집단적 전염병에 대한 통제기구를 질병관리본부로 일원화하고 강화한 것이 이번 코로나19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사스, 메르스와 이번의 코로나19는 국가 차원의 전염병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전염병이다. 질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만이 아니라 사회적 통제, 국경의 통제 등 외교와 경제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지의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변화를 파악하고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많지만 질병의 확산 정도에 맞추어 위기 단계를 단계적으로 올리고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역할을 나눠 대응한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우리가 잘한 것은 WHO(세계보건기구)의 글로벌 전문성을 인정하며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WHO가 전염병 전파 위험자의 이동을 제한하되 국경을 폐쇄하지 말라는 조치에 맞게 우리는 바이러스 감염자를 조기에 파악하고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때마침 우리 바이오 기업들이 진단키트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었고, 정부에서도 신속히 승인 절차를 밟아 빠르게 확진자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바이오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선별 진료소에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해 위기에 강한 우리 국민의 능력을 보여줬다.
 
우리의 높은 IT 인프라와 스마트폰 사용율도 효력을 발휘했다.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해 주변 사람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자가격리 앱을 설치한 사람이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자가 진단해 전송하도록 하고 격리장소에서 이탈하면 경보음이 울리고 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앱도 등장했다. 전체적으로 질병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의 협조를 얻어 통제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중국의 방식과 대비되면서 전세계에서 민주국가의 성숙한 질병관리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도 시민의 이동을 금지한 강력한 도시의 봉쇄와 감시라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지만, 독재 국가에서만 효과를 볼 수 있는 모델이라는 한계가 있다.
 
우리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의 우수성도 이번에 확실히 드러났다. 전국민의료보험으로 무료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치료할 수 있어서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다. 국공립의료원은 메르스 이후 전염병에 대한 대응훈련을 실시, 신속하게 대응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것도 공공의료원의 확대 필요성을 인식시켜 주었다.
 
물론 우리가 다 잘한 것은 아니고 반성하고 성찰할 것도 많다. 초기에 우한 교민에 대한 격리 시설을 선정할 때 일부 주민들이 보여준 이기주의, 마스크 대란, 정치권의 비협조적 비판 등은 여전히 앞으로 위기 시기에 사회와 정치권, 전문가 집단이 어떻게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특히 일부에서는 초기단계부터 강력한 국경봉쇄 정책을 실시하지 않아서 신천지 사태와 같이 확산이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사고, '빈대 잡으려고 초가 삼간 태운다'는 전근대적인 속담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장이었다고 본다. 글로벌 전염병은 질병만의 이슈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질병 전문가만이 아니라 경제 전문가 등이 같이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정책이다. 복합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때 자신의 전문성만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전문가가 많았다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다른 선진국들보다 우리가 잘 하고 있고 우수한 시스템을 갖췄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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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준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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