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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영상, 보기만 한 나도 공범?
"음란 영상 봤는데 어쩌나"...법률상담, 일주일 새 급증
2020-03-29 06:00:00 2020-03-29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것도 n번방 관련 조사 대상인가요?", "다른 사이트에서 n번방 자료인 줄 모르고 다운받았는데 처벌 대상이 되나요?", "미성년자인데 n번방을 이용했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나요?"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배포한 '박사' 조주빈이 검거된 이후 텔레그램 음란영상방과 관련된 질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9일 온라인 법률 상담 서비스 '로톡' 홈페이지에서 '텔레그램'으로 검색한 결과, 최근 일주일간 등록된 텔레그램 음란영상방 관련 상담사례는 100건 가까이 됐다. 또 다른 법률상담 서비스인 '법률메카'에서 '텔레그램'과 'n번방'으로 게시된 상담사례도 약 20건이 됐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동영상을 보기만 했는데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트위터·구글 드라이브 등 다른 메신저를 통해 n번방 영상인지 모르고 다운로드 받은 경우는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등 질문도 다양하다.
 
김현중 리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박사방, n번방이 화제가 되기 이전에는 관련 상담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텔레그램 동영상 사용자로부터 관련 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여성연대가 울산시청 정문앞에서 n번방 사건으로 드러난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와 공조자들을 강력히 처벌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조계는 메신저에서 단순히 동영상을 보기만 하는 행위, 이른바 '눈팅'만 했다면 법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카카오톡 메신저나 아무나 접근 가능한 오픈방, 텔레그램 무료방에 참여했다거나 동영상을 시청한 사람을 처벌할 규정은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다운로드를 받은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소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료 회원방에 입장해 특정 동영상을 요청한 경우에는 죄가 무거워진다. 고의성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방에 입장한 사람은 불법 촬영물을 계속 양산하고 제작하는 것을 알면서도 지원한 것으로 보고 방조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특정 동영상을 올려 달라" 등과 같이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면 음란물 제작 공동정범에 해당할 수도 있다.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올라온 동영상을 다른 사이트에 2차로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전시 상영했다면 유포죄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 공동정범 법리는 굉장히 넓어서 주범이 아니라도 하더라도 일부 역할을 분담했다고 하면 공범으로 처벌된다"면서 "음란물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어떤 동영상을 올려 달라'고 구체적인 요청을 한 적이 있었다면 제작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공범으로 기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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